한-쿠바, 첫 공식 외교장관회담…윤병세, 사실상 수교의사 전달

↑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5일(현지시간) 아바나의 컨벤션궁에서 첫 외교장관회담를 하고 있다. <아바나=외교부 공동취재단>

한국 외교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5일(이하 현지시간)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하며 사실상 수교 의사를 전달했다. 윤 장관의 쿠바 방문에 이어 한·쿠바 외교장관 간 회담이 잇따라 성사되며 양국 관계정상화 작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윤 장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아바나 외교단지 내에 있는 ‘팔라시오 데 컨벤시네스(컨벤션 궁)’에서 양국 간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앞서 윤 장관과 로드리게스 장관은 지난 2013년 뉴욕에서 고위급 다자외교를 계기로 비공식적으로 면담한 적은 있지만 공식회담은 처음이다. 당초 이날 회담시간은 30분으로 잡혀있었지만 양측 외교장관들이 서로 ‘탁구공을 쳐넘기 듯’(tit for tat) 여러 현안에 대해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면서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75분동안 진행됐다.
윤 장관은 회담 이후 한국 취재진들과 만나 “우호적이고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가운데 회담을 했다”며 “양국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시킬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제가 강조했고 그러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여러 가지 우리 측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쿠바 측에 수교에 대한 희망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윤 장관은 “양국간 이심전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꼈고 다양한 후속협의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 로드맵을 갖고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경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회담에서 지난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최초로 달 표면에 인류의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이 했던 “개인으로서는 하나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를 위한 위대한 발자국”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는 한·쿠바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이번 회담이 중요한 첫 걸음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 측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대해 로드리게스 장관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형제국’이자 ‘맹방’인 북한을 생각해야하는 쿠바 측 입장을 고려해 구체적인 쿠바 측 언급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회담 이후 쿠바 이민 한인 후손회관인 ‘호세 마르티 한국 쿠바 문화클럽’을 방문해 한인 후손들과 현지 한류동호회 회장도 만났다.
한편 쿠바 방문을 마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윤 장관의 러시아 방문은 2013년 취임 이후 처음이다. 윤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장관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우간다 방문과 자신의 쿠바 방문에 이어 방러를 통해 대북 압박외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아바나 = 외교부 공동취재단 / 서울 =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