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마침내 국회의장직을 더불어민주당에 양보했다. 이에 따라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여야간 원 구성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국회가 이번 주 내에 정상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8일 새누리당의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였던 8선의 서청원 의원은 의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포럼 창립총회 환영사에서 “저는 국회의장직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새누리당은 크게 미래를 보고 야당에서 국회의장직을 달라고하면 줘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빠른 시일내 원구성을 하는게 국민에게 신뢰받는 방법”이라며 “8선 의원 선배로서 돌파구를 마련해주고 따가운 국민의 눈총이 국회로 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당론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위해 서둘러 의원총회를 열어 총의를 모아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장내에선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며 서 의원의 제안에 힘을 실어줬다.
서 의원의 깜짝 발언을 현장에서 들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장직 양보를 공식 발표했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한다”며 “집권여당으로서 국회의장을 맡아 책임정치를 구현하는게 국회의 관례지만 여소야대라는 총선 민의를 존중하기 위해 어느쪽이 먼저 내려놓지 않으면 출구를 마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서 의원께서 새누리당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한다는 취지로 야당에 의장직을 양보하는게 좋겠다고 말했다”며 “서 의원의 용단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고 찬사를 던졌다.
더민주와 국민의당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의장을 고집하다 양보를 한 것이니 쩨쩨하게 폄하할 순 없다”며 “양보에 감사하고 정상적으로 원 구성이 마무리되게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안철수 대표가 제안한 ‘선(先)의장 후(後)상임위원장 제안’이 촉매가 됐다. 국민의당은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열어 민생을 챙겨달라는 국민의 여망에 따라 주도적인 중재 역할을 할 것을 다짐한다”며 “현 국회 최다 8선 의원인 서청원 의원이 의회주의자로서 그렇게 통 큰 결단을 해준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치켜세웠다.
여당의 의장직 포기로 일단 원구성 협상은 물꼬를 트게 됐다. 그동안 국회의장직을 놓고 새누리와 더민주가 다투면서 의장직을 포기하는 대가로 핵심 상임위를 요구해와 협상이 꽉 막혔는데 가장 중요한 의장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의원비율을 고려하면 총 18개의 상임위원장직과 상설특위위원장직 중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8개씩, 국민의당이 2개를 가져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의장직을 양보한만큼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는 반드시 지켜내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와 청와대를 관할하는 운영위원회를 확보한 만큼 19대 국회에서 차지했던 핵심 상임위를 가능한 한 더민주에 넘겨주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정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상은 중요한 전기를 맞았다”며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의장을 맡지 않는 당이 가져가는걸로 의견 조율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예산결산특위와 기획재정위, 정무위원회 등 경제 관련 상임위 중 하나를 야당에 양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구성 협상과 관련된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그는 “청와대와 어떤 문제도 긴밀히 협의하거나 주문받은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은 일단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산업통상자원위, 보건복지위 등 4개 상임위원장직 중 2개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교문위와 복지위는 현안이 많아 정책 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당으로선 필요한 상임위고 농해수위와 산자위는 호남 민심을 챙기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 이 4개 상임위원장직은 모두 더민주가 차지했었다.
더민주로서는 법사위를 새누리당에 내주고 국민의당에 상임위 2개를 내주는 대신 새누리당으로부터 3개의 상임위를 가져와야 한다. 더민주로선 경제 관련 상임위인 예결위와 기재위, 정무위 3개를 모두 요구할 것으로 보여 이 부분에서 새누리당과 다시금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의장 문제가 해결되면서 개점 휴업상태인 국회도 이르면 다음 주에는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일단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의장 후보를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하기로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전통적으로 다 선출했지 합의추대는 아니었지 않냐”며 “국회 개원일을 정하면 그에 맞춰서 우리가 의장 후보를 선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을 선출할 때까지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공언한 국민의당은 하루라도 빨리 원 구성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더민주가 내일이라도 의총을 열어 의장후보를 선출하고 10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을 선출하길 바란다”며 “주말 동안 각 당에서 상임위원장 후보들을 정리해 13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까지 선출하면 다음주부터 곧바로 국회가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국회 정상화까진 아직도
[우제윤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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