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기한을 하루 넘긴 어제(8일) 오후 여야 3당이 우여곡절 끝에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했는데요.
여야 3당의 득과 실은 뭐고 향후 국회의장과 각 상임위원장은 누가 맡게 될지 정치부 박준우 기자와 얘기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박 기자, 협상이 지지부진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하루 만에 타결된 이유가 뭔가요?
【 기자 】
어제 오전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을 내놓겠다고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새누리 국회의장 후보였던 8선 서청원 의원이 원유철 전 원내대표가 주도한 한 포럼에 참석해서 국회의장직 출마 포기 의사를 밝힌 건데요.
축사에서 서 의원은 "야당이 원하면 국회의장 양보하고, 원 구성 늦추지 말자"고 말했습니다.
여당 의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서 의원이 이런 발언을 한 건 예상 밖이었고, 정진석 원내대표도 서 의원이 용단을 내려줬다며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쯤 뒤 정 원내대표가 긴급 브리핑을 열어 야당에 의장을 양보하기로 했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습니다.
【 질문 2 】
그렇다면 여야 3당 각 당의 입장에서 이번 원 구성 협상 결과 분명 득실이 있을 텐데요. 어떻게 보면 될까요?
【 기자 】
우선 20대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을 차지한 더민주로선 국회의장을 가져가면서 일단 소귀의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국회의장 자리를 따내는 과정에서 핵심 상임위를 내주는 등 희생도 컸던 만큼 한 마디로 명분을 챙긴 건데요.
반면 새누리는 명분 대신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입니다.
법률안을 최종 심의하는 법사위를 가져왔고,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다루는 기재위와 정무위를 챙기면서 당 내부에서도 "지킬 것은 다 지켰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제3당인 국민의당은 애초 농해수위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제 관련 상임위인 산자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표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상임위로 인기가 많은 곳 중 하나인 교문위를 가져오면서
실속을 톡톡히 챙겼다는 평가입니다.
【 질문3 】
그럼 이제 관심이 쏠리는 게 국회의장단 구성인데요. 국회의장은 누가 점쳐지나요?
【 기자 】
우선 더민주는 오늘(9일) 오전 11시에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는데요.
당초 더민주에서 국회의장직에 도전장을 낸 후보는 모두 5명이었습니다.
바로 6선인 문희상·정세균·이석현 의원과 5선의 박병석·원혜영 의원인데요.
원 의원이 어제 출마 포기를 선언하면서 이제 후보는 4명이 됐는데, 판세는 양강 구도입니다.
문희상·정세균 두 의원이 투표함을 열기 전 까지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건데요.
문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정무수석과 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 맡는 등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 의원은 여권 대선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꺾은 경쟁력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 질문4 】
국회부의장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1석씩 차지하게 됐는데 각 당에선 누가 거론되고 있나요?
【 기자 】
우선 새누리당에서는 비박계 5선인 심재철 의원과 친박계 4선 김정훈 의원 2파전 양상입니다.
국민의당은 4선의 박주선 의원에게 무게감이 실리는 가운데, 여성 4선의 조배숙 의원이 부의장 도전을 밝히고 있습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본회의 표결로 결정되지만, 각 정당이 특정 후보를 미리 선정하면 찬성표를 던져 인정하는 게 관례인데요.
여야는 오늘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 질문4 】
이번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이해찬 의원의 회동 얘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이 의원 측에서 갑작스레 회동을 취소한 건데 정확한 이유 다시 한 번 짚어주시죠.
【 기자 】
가장 큰 이유는 이 의원 측에서 밝힌 대로 원래 비공개 면담이었는데 반 총장 측에서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하면서 만남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건데요.
가벼운 티타임 정도로 여겼는데 공개는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또, 유엔 한국대표부 측에서 먼저 만남을 제안한 건데 이 의원이 먼저 회동을 요구한 것처럼 오보가 났던 것도 이 의원의 심기를 거스른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5 】
그럼 반 총장 측에서 만남을 공개하려고 했던 이유는 뭔가요?
【 기자 】
원래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취임 후 국내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꺼려왔었는데요.
하지만, 반 총장은 지난 달 28일 김종필 전 총리의 자택을 방문해 30분 간 독대하는 등 내년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입장이 달라진 겁니다.
차기 유력한 여권 대선주자로 떠오르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만큼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 총장은 현재 유엔 입성에 큰 도움을 줬던 친노 세력과 다소 서먹해진 상태인데요.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자 친노 좌장인 이해찬 의원과의 만남을 계기로 친노와 관계를 회복하고 화해하는 정치인 이미지를 만드려 했다는 분석입니다.
【 질문6 】
그렇다면 이해찬 의원이 반 총장의 공개 요구를 받지 않고 끝까지 비공개를 고집한 이유도 있을까요?
【 기자 】
무엇보다 더민주에는 친노 진영이 밀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라는 확고한 주자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굳이 '반기문 띄우기'에 자신이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단 겁니다.
이 의원은 반 총장과 만나기도 전에 "외교관은 국내 정치와 성격상 안 맞는다"며 반기문 대망론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는데요.
같은 맥락에서 이 의원은 반 총장과의 회동을 공개하지 않고 싶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동상이몽이었던 두 사람의 회동이 무산되면서 반 총장의 친노 껴앉기는 더 요원해진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