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창건 71주년 기념일인 10일 6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 등 고강도 도발행위를 강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 9월 정권 수립일과 달리 ‘캘린더성’ 도발에 나서지 않은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정부와 군·정보 당국은 북한 핵실험장과 로켓발사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으로 보고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동시 도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 당 창건일을 조용히 넘기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현재 북한이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선제타격론 등 강경론과 무력시위는 물론 보이지 않는 중국의 압박으로 인해 잠시 도발 카드를 주머니에 집어넣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논의 상황과 수해 복구 문제 등을 고려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고강도 도발을 ‘보류’했을 개연성도 크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성대히 기념하는 5·10년 단위의 ‘꺾이는 해’가 아닌 시점에서 굳이 대내외적인 상황을 도외시한채 도발에 나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군에서는 북측이 지난 6~7일 미군이 첨단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를 비공개로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킨 것이 북측의 선택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평양의 주요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미군의 전략자산이 한반도 상공에서 ‘조용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상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변 안전을 위해서라도 핵·미사일 버튼을 누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국과 미국 해군이 사상 최초로 한반도 전 해역에서 입체적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 점도 북한 입장에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북한 역시 지난 8일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을 통해 “미제는 10월 7일 오전 괌도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핵전략 폭격기 B-1B를 조선반도 주변 상공까지 비행시키면서 우리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공갈을 감행했다”며 거부감을 표시했다. 방송은 미군이 지난 6일에는 B-1B를 남측 사격장에 출동시켜 지상목표 타격훈련을 진행했다고도 주장했다.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자국과 불법적으로 핵개발 관련 물자를 거래한 랴오닝 훙샹그룹을 강도높게 조사하는 등 자신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국이 베이징·평양 주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통해 고강도 도발에 따른 후폭풍을 경고하고 나섰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내외적 상황상 지금이 핵·미사일 도발에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물론 북한이 핵·미사일에 대한 자주성과 과학기술강국을 지향하며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외부적 요인을 전혀 고려치 않기도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양 교수는 “유엔이 대북제재를 채택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핵·미사일 실험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국력을 수해 복구에 결집하고 미국 민간단체와 유엔 기구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며 추가적인 ‘위성 발사’를 공언한 이상 내달 초 미국 대통령 선거와 새로운 유엔결의 채택에 맞춰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내달 8일 미국 대선에서는 북한이 완전한 핵무기 보유국으로 갈지 평화협정·북미 수교를 얻어낼지 ‘최후의 담판’을 지을 미국 측 카운터파트가 결정되기 때문에 북측이 어떤 식으로든 도발을 통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민주당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대선 캠페인 내내 대북 강경론을 펼치고 있는 클린턴이 당선되면 현재 미국의 대북 압박·강경 기조가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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