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9일 구미산업단지와 공장 기공식, 재래시장, 전통문화 관광지로 이어지는 ‘광폭’ 민생 행보를 펼쳤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제기 등 야권의 잇단 정치 공세를 뒤로 하고 안보와 민생 챙기기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고향’ TK(대구·경북) 지지율 회복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도 이날 행보와 묘하게 ‘오버랩’ 되고 있다. 구미는 박 대통령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구미 산업단지내 경북산학융합지구와 스마트 공장을 방문하고 도레이첨담소재 구미 4공장 기공식에 참석한데 이어 오후엔 구미 전통시장인 새마을중앙시장을 찾아 국민들과 스킨십을 나눴다. 재래시장 방문은 산업단지나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다른 현장 방문과 차별화된 의미를 갖는다. 재래시장을 찾아 현장 민심을 피부로 느끼고 서민들과 호흡하는 모습은 박 대통령 특유의 여성적 이미지와 맞물려 지지세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해 왔다. 이 때문인지 대통령 당선 이전 ‘선거의 여왕’으로 불려온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다름아닌 재래시장 행보였다.
박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찾은건 지난 7월28일 여름휴가중 울산 신정시장을 깜짝 방문해 돼지국밥으로 점심을 한 이후 3개월만이다. 신정시장 방문 직후 박 대통령 지지율(갤럽, 국정수행 지지도)은 전주 대비 2%포인트 반등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고향인 TK에서마저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신경이 좀 쓰이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주 박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후 최저인 26%까지 밀렸다. 특히 핵심 지지기반인 TK 지지율 급락이 뼈아팠다. 지난 4월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60%를 웃돌던 TK 지지율은 최근들어 4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차은택 감독 관련 의혹제기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에 경제침체까지 더해지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 지지층 결집은 아무래도 텃밭인 TK에서 시동을 걸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지난달 경주와 포항 방문에 이어 20일만에 다시 TK를 찾은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물론 청와대측은 “이번 구미 방문에 정치적 해석을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날 구미 새마을중앙시장에서 박 대통령은 시장을 찾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시장내 가게들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했다. 특히 준비해 온 온누리 상품권으로 시장에서 판매하는 물품을 구입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상인 회장·지역 인사들과 함께 도시락으로 오찬을 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전통시장은 서민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이번이 박 대통령의 17번째 전통시장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구미 방문은 취임후 두번째다.
앞서 박 대통령은 도레이 4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그 어느때보다 심각하고 어려운 도전이 되고 있다”며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려면 앞을 향해 달려가야 하드시 우리를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을 수록 새로운 비전과 창의적 발상, 도전 정신으로 앞을 향해 과감히 달려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일본 도레이사에 대해 “지난 50년간 약 4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해 온 우리의 오랜 친구”라며 “도레이사의 연이은 새만금·구미 투자가 한일관계의 미래 지향적 발전에 더욱 힘을 싣고, 다소 주춤했던 일본의 대(對)한국 투자 확대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탄소섬유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도레이사의 투자는 한국 소재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땅을 파야 물이 고이듯이, 신시장 개척(신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구미 방문을 마친 박 대통령은 경북 영주로 이동해 전통문화 관광지인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방문,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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