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가 정쟁으로 무너진 터널 안에 갇힌 채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협치와 민생을 내걸고 20대 국회가 호기롭게 출범한지 145일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국회에서 가결된 법안은 전무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21일(12시 기준)까지 모두 2645건의 법률안이 발의됐다. 정부가 167건을 제출했고, 의원들은 2478건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지난 6월 1일 박정 의원이 1호 법안을 낸 이후 하루 평균 18.5건이 발의된 셈이다.
발의 법안을 정당별로 분석해 본 결과 야당이 여당을 압도했다. 새누리당은 669건을 발의해 의원 1인당 약 5.2건에 그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281건(1인당 10.5건), 국민의당은 426건(1인당 11.2건)에 달해 여소야대 상황을 실감케 했다.
이처럼 의원들이 의욕적으로 법안을 쏟아내고 있으나 지금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시작부터 여야가 치열하게 대치했던 19대 국회에서도 개원 후 같은 기간 44건이 본회의에서 원안 또는 수정 처리됐다. 매일경제가 ‘B급 국가 바이러스’ 시리즈에서 지적한 것처럼 국회 입법 시스템이 갈수록 비효율적 구조에 빠져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의원들이 낸 법안 중에는 여야간 입장이 엇갈려 논란이 있거나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재탕한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법안 중에는 시각을 다투고, 이견도 없는 ‘민생 법안’이 적지 않다. 최저임금법, 장애인복지법, 북한이탈주민보호법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법들도 모두 발이 묶여 있다.
국회는 지난 한 달간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이 제기한 미르·K스포츠 의혹과 새누리당이 맞불을 놓은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문제를 놓고 ‘공방’만 거듭했다. 본연의 업무인 입법·감사와 정치적 이슈를 분리 접근하는 성숙한 국회 운영이 아쉬운 대목이다.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감도 시작부터 우병우 민정수석 불출석을 놓고 한시간 가량 입씨름이 계속됐다. 야당은 이날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집중 제기했으나 청와대는 관련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모금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순수한 자발적 모금이었다”며 “(청와대가) 대기업에 투자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또 최 씨가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어떻게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 일축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는 이날 오전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
[신헌철 기자 / 이현정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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