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새누리…비박계 “지도부 사퇴를” 이정현 “도와달라”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정병국 의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비박계 중진 의원들의 요청에 “선장과 승무원의 자세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간곡히 도와달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간담회를 열어 당 지도부 거취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비박계 중진 의원들은 지도부의 책임있는 사퇴와 조속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으나 이 대표의 거절로 무산됐다.
이날 간담회엔 김무성, 정갑윤, 유승민, 정병국, 정우택 의원 등 계파를 불문하고 당 지도부급 중진들이 대거 참석했다. 비박계 김재경 의원은 “현 지도부 체제로 야당과 앞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얼마나 진정성이 전달되겠냐”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재창단 수준의 혁신을 해야한다”며 지도부 사퇴를 주장했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 역시 “지금 사태에 대해 당 지도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지도부 사퇴는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힘을 보탰다.
반면 김정훈 의원은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인데 내전상태에 빠지면 안된다”며 “당대표와 각 계파 대표 의원들이 모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모양 좋게 협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정갑윤 의원은 “새누리당에 불이 났다”며 “당지도부 출범이 100일도 안된 만큼 몰아부치지 말고 향후 대책에 대한 로드맵을 제출해야 한다”고 지도부 사퇴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 사퇴를 한목소리로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저는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선장으로서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이런 위기 극복을 위해 중진 의원들이 지혜와 능력을 나눠주시면 위기 수습한 뒤 그때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사퇴 거부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회의서는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과 이 대표가 충돌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았다. 당지도부 사퇴를 주장한 정 의원이 “이 대표가 그동안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어떤 말을 했고 어떻게 하셨는지 거론하고 싶지 않다”고 몰아부치자 이 대표가 “마지 제가 무슨 도둑질을 한것처럼 뭔가 있는데 말씀 안하시는것 같다. 있는대로 말하라”고 반박한 것이다.
이에 정 의원이 “싸우자고 모인게 아니다”고 되받아쳤지만 이 대표가 거듭 사과를 촉구하며 언성이 높아졌다. 결국 주변 의원들의 만류로 일단락됐지만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진 끝에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마무리됐다.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오는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지도부 사퇴를 포함한 당 수습 방안에 대한 개별의원들의 총의를 모을 예정이다. 다만 지도부 사퇴 등을 놓고 친박-비박계간 입장차가 큰만큼 의총이 또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추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