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가 유력해지자 정치권도 뒤늦게 부산을 떨었다.
새누리당은 9일 오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 관계 장관들과 긴급 당정협의를 갖고 한미관계 변화와 보호무역 강화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이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부에 종합대응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면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정 원내대표는 “미국 국민의 고립주의 정서를 일정 부분 대외정책에 투영할 것이므로 보호무역과 동맹의 부담이 예상된다”며 “통상 6~7개월의 신정부 정책검토기간 중 적극적으로 신정부 관련 인사들과 접촉해 우리 입장을 설득하고 반영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회의를 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는 트럼프 캠프에 인맥이 닿는 사람이 전무한 상태다. 외교부만 트럼프 라인을 못찾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를 혼자 다녀왔던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정치권에 트럼프와 인맥이 닿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며 “(트럼프가)워낙 바깥에서 들어온 인물이기 때문에 루트를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향후 의원외교도 공화당 공식라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미 의원외교를 위한 공식 라인도 붕괴 직전이란 점이다. 20대 국회가 출범한지 5달이 흘렀지만 아직 한·미 의원외교협의회는 구성조차 안된 상태다. 19대 국회에서 한국측 회장을 지낸 이병석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 불출마했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 협의회를 (의원들이)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20대 국회엔 외교관 출신도 전무하다. 심윤조·김종훈 전 의원이 재선에 실패했고, 외교 실무 경험이 있는 권영세·구상찬·박진 전 의원 등은 낙천 또는 낙선했다.
새 국회가 출범한 뒤 미국 대선 이후를 대비하는 자세도 아쉬웠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9월 방미해 미국 조야 인사를 만났지만 사드 배치 등이 주요 이슈였다. 최근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 원유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등 두 사람이 미국을 방문해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만나고 돌아온 정도다. 지난 10월 현지에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한편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본 여야 의원들은 내년 한국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트럼프와 같은 극단주의적 인물이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경계했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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