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트럼프 인맥’이라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트럼프 진영의 대북정책은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막판 대이변을 일으키면서 한국 외교·안보 분야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단 눈앞의 문제는 트럼프 진영이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외교·안보 분야의 뚜렷한 진용이나 구상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도대체 트럼프의 외교, 대북 정책이 뭔지 모르겠다”는 당혹스러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외교부 관계자는 “올해 트럼프 및 공화당 주요인사들을 모두 106차례 접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트럼프 진영의 경우 참여하고 있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의 인력풀이 제한돼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인사와 인수위 참여 예상 인사 등을 중심으로 만났다”고 밝혀 트럼프 외교·안보 정책라인 ‘인맥 부재’를 드러냈다. 현재로선 그나마 트럼프의 외교안보 책사로 분류되는 인물도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회장 정도가 유일한 형편이다.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측과 인맥이 닿는 인사들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트럼프 후보가 워낙 바깥에서 들어온 인물이기 때문에 (인맥을 형성할) 루트를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공화당 주류 역시 트럼프 지지파와 비판적 지지그룹, 반대 세력 등으로 나뉘어 있어 결국 공화당 공식라인을 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트럼프 쇼크’가 한반도로 몰려오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카운터파트인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고 정상외교 일정마저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차기 미국대통령 취임 직후인 2월 중 아베 신조 총리 방미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으로 미국 측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당장 다음 주말 페루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현실화된 외교 공백을 자인했다.
리더십 공백이 지속되면 미국 대통령 취임 첫해에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1993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그해 1월 취임 후 7월에 한국을 찾았다. 김영삼 대통령 역시 11월에 미국을 방문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첫해였던 2001년에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일본 측 모리 요시로 총리보다 발빠르게 미국으로 날아가 정상회담을 가졌다.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2009년에도 한·미 정상은 그해 4월 런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회의 참석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열었다.
문제는 현재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할 ‘책임총리’가 통일·외교·국방 등 ‘외치’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하도록 할지 혼란스럽게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이같은 ‘정상외교’ 공백사태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이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 검토 기간 중 보다 활발하게 ‘인풋’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치상황이 힘들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안보 당국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가동해 트럼프 당선인 측에 한국 정부의 입장과 한미관계 및 대북정책의 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우 연구위원은 “지금은 미국의 새 정부가 (대한반도 정책에 있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한국이 제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타이밍”이라며 “한국 정부가 약한 상황이니까 그런 부분에서 기한을 놓칠까봐 아쉽다”면서 정부의 의연한 대처와 분발을 촉구했다.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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