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심부를 뒤덮은 100만 촛불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보여줬다.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던 차기 대권주자들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야당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탄핵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날 촛불 집회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야당의 주요 대권 주자가 총출동했다. 이들은 집회가 마무리된 오후 10시께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민심을 경청하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청했다.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이 터진 이후 첫 장외집회에 나선 문 전 대표는 이날 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요구에 답하지 않으면 저와 우리 당은 부득이 국민과 함께 거리에서 박 대통령 퇴진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비판수위를 한층 높였다. 연일 박 대통령의 2선후퇴와 권력이양을 요구해온 문 전 대표가 사실상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을 주도하겠다고 선포한 셈이다. 그가 퇴진 투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마지막 남은 애국심이 있고 조금이라도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신다면 국민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질서있는 퇴진마저 어려워지고 국정은 파국에 빠져들 것”이라고 조속한 입장 표명을 재차 요구했다.
박 서울시장과 이 성남시장은 나란히 대학로서 열린 시민대행진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트럭 연설에 나선 박 시장은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게 국민의 명령”이라며 “머뭇거리는 여야 정치인들은 당장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연설 도중 “정치인을 대표해 부끄러움과 사과의 큰절을 드린다”며 시민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시민대행진에 나선 이 시장 역시 격앙된 목소리로 “우리는 나가 싸워야 하는 선봉대”라며 “국가 반역세력과 그들이 아바타로 데리고 있는 박 대통령이 민주공화국을 조롱하고 국민을 능멸하고 있다”며 과격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13일 이 시장은 “대통령의 7시간 논란을 밝히기 위해 박 대통령을 고발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12일 당 규탄대회에 참석한
김부겸 의원은 “대통령이 더이상 민심을 거역할 수 없다”며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민심의 쓰나미가 청와대를 삼킬 기세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불참한 안희정 충남지사는 SNS를 통해 “몸은 지역에 있지만 마음은 당과 국민과 함께 그곳에 있다”며 “국민이 나라와 역사의 주인이다”고 밝혔다.
여당 내 비박계 대표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키웠다. 13일 국회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김 전 대표는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대통령 탄핵 카드를 내보이면서, 국회의 최후 수단인 대통령 탄핵소추는 큰 힘을 받게 됐다.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해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야권이 한 목소리르 내더라도 새누리당에서 최소 29명이 동의해야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내 대권 주자들도 촛불민심에 박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의원은 13일 국회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할 때다”며 “이런식으로 가면 나라와 국민들의 희생이 너무 큰 만큼 대통령의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13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밤의 함
[전범주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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