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는 쉽지 않은 자리였다. 17일 서울경제신문·현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한반도경제포럼 조찬 간담회에 참석한 윤 장관은 이날 아침부터 간담회에 함께한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오전 10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야 했던 윤 장관은 회의 40분 전까지 간담회에 머물며 자신에게 들어온 질문에 적극적으로 반대 논리를 펼치며 박근혜 정부 외교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간담회는 국회에서 25분 정도 떨어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장관의 답변이 길어지며 시간이 촉박해졌고 외교부 관계자가 사회자에게 시계를 가리키며 ‘장관이 빨리 나가야 한다’는 신호를 보낼 정도로 현장 열기가 달아올랐다.
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등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윤 장관의 기조연설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윤 장관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총 10명의 패널이 각각 하나씩 10개의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질문은 현 정부의 외교정책 결정 과정과 그 여파에 대한 비판적 언급이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개성공단 폐쇄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지적과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외교부가 배제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정부를 설득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언급됐다. 한국의 제재·압박 중심의 대북 정책이 북한과 비공식 접촉을 유지하는 다른 국가와 달리 한방향에만 쏠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 장관은 모든 질문을 하나씩 짚어가며 차례차례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노무현과 박근혜 정부에서 모두 일한 경험이 있다”며 “지금 정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장관은 “제재와 압박 중심의 대북 정책은 한국의 입장이 아닌 국제 사회 전체의 입장”이라며 “오바마 대통령 또한 북한과의 대화 시도가 북한의 핵실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북한과 섣부른 대화를 할 시점이 아니다”며 현 정부 대북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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