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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늘품체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매경DB> |
20일 매일경제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K스포츠재단 지출 상세 내역’과 ‘K스포츠 전체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K스포츠 재단은 올해 3월 28일 ‘아프리카체조’ 제작비 명목으로 문 모씨에게 478만원(당초 예산 3000만원 책정)을 지급했다.
K스포츠재단은 회의록에서 “해당 체조는 ‘개도국에 대한 체조를 보급하여 국가 위상을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된 체조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지난 2014년 차은택씨와 K스포츠재단 주도로 만든 ‘늘품체조’와 같은 체조를 아프리카 개도국 수출용으로 만들어 보급해 국가위상을 제고해보자는 개획이었다. 아프리카 체조는 시행 목표와 진행 시기가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과 연계돼 실시된 ‘코리아에이드’ 사업과 겹친다.
코리아에이드는 박 대통령의 순방에 맞춰 음식(K-Meal), 보건의료(K-Medic), 문화(K-Culture) 3가지를 주제로 한 개발도상국 원조 프로그램이다.
차감독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인터PG)가 사실상 이 사업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차감독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K스포츠재단은 박 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아프리카체조 개발 등을 급조해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보조를 맞추려 했다. 용역을 맡은 문 씨는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과 사제지간으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도 페이스북 친구다.
체조 개발 제작을 맡았던 문 씨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K스포츠재단 측에서 대통령 순방일정에 맞춰 2주 만에 체조제작과 동영상 촬영을 해달라고 했다”며 “음악제작, 체조 제작, 동영상 촬영, 섭외 등 최소 한 달 이상 걸리는 작업을 2주 만에 해달라고 해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K스포츠재단 측이 문 씨를 만난 것은 단 두 차례 뿐이다. K스포츠재단 쪽에서 업무를 담당한 사람은 최씨의 최측근으로 롯데 등 대기업들의 출연금 업무를 주도했던 노모씨로 알려졌다.
문 씨는 “제가 아리랑 음악을 편곡해 부랴부랴 시일을 맞췄지만 재단 측으로부터 프로그램의 의도나 취지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채 깜깜이 작업을 했다”며 “수출한다는 체조를 이렇게 만들어도 되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문 씨는 2주 만에 초등학생 10여명이 시연하는 체조 동영상까지 만들어 제출했다. 애초엔 창작자인 문 씨가 아프리카에 가서 체조를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결국 해당 체조는 아프리카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채 돈만 날리고 사장됐다.
문 씨는 “갑자기 박 대통령 스케줄이 변경됐다고 하면서 스탠바이(대기)만 시켰다”며 “결국 체조는 세상에 빛도 못보고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K스포츠재단 측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계약서 등도 작성하지 않았고, 도중에 사업이 중단되자 애초 약속한 비용까지 지불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 씨는 “K스포츠재단 측에서 약속한 제작비는 당초 3000만원 이었다”며 “재단 측에서 약정서를 안 썼다고 하면서 발뺌하고 돈을 끝까지 지급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더 황당한 것은 창작자 조차 단기간에 만든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는 상황에서 K스포츠재단은 해당 체조 동영상을 보고 향후 재단 프로그램 활용방안까지 논의하는 등 ‘장미빛 청사진’까지 그렸다. 문 씨에게 478만원의 돈을 입금한 3월 28일자 이 단체 회의록에는 “단기간에
매일경제는 아프리카 체조 사업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K스포츠재단 측 해명을 듣기위해 수차례 문의 전화를 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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