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조사 또 거부한 朴대통령…바통은 '슈퍼특검'으로 넘어갔다
↑ 대면조사 또 거부 / 사진=MBN |
헌정 사상 최대 규모로 꾸려질 '슈퍼 트검팀'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규명해 온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해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특수본이 최씨가 권력 막후에 군림하면서 장·차관급 고위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청와대 문서를 결재권자처럼 받아보고, 막대한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한 사실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수사 초기만 해도 갖은 의혹에 깊숙이 다가서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점을 떠올려본다면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씨의 국정 농단과 사익 챙기기의 공동정범으로 지목한 것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다만 검찰은 수사 막바지 단계에서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 시동을 걸었으나 박 대통령이 조사에 비협조적 태도로 나오면서 결국 뇌물혐의 입증 책임을 특별검사의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 특검 임명과 동시에 특수본 해산…인계 절차 시작
29일 검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박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시점에 맞춰 수사 절차를 중단하고사건 인계 협의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세 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 추천할 '최순실 게이트' 특검 후보를 확정해 청와대에 추천할 계획입니다. 박 대통령은 내달 2일까지 이들 가운데 한 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중립적 특검의 조사를 받겠다고'한 발언을 근거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현재로써는 박 대통령이 특검 임명까지 거부하기는 어려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립니다.
따라서 검찰에게 남은 본격 수사 기간은 사실상 사흘, 72시간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기보다는 남은 기간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입증의 고리를 찾기 위한 총력전을 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특검이 임명되고 나면 준비 기간에도 수사할 수 있게 돼 있어 사실상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인수인계를 위한 관리'에 중점을 둘 방침임을 내비쳤습니다.
검찰은 삼성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대가로 최씨 측에 독일 승마 훈련비 등 거액을 지원한 의혹, 롯데·SK그룹이 관련된 '면세점 특혜' 의혹 규명에 막바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민원'을 넣고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지시를 참모진에게 내린 적이 있는지, 마찬가지로 최씨나 기업 측이 박 대통령이나 다른 공직자에게 면세점 선정에 관한 청탁을 했는지가 핵심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대면조사가 사실상 무산됐고 수사 일정도 촉박해 뇌물죄 입증 과제는 특별검사에게 넘어가게 됐습니다.
◇ 대통령 피의자 입건한 검찰…우병우·김기춘·의료 의혹 등 '수북'
지난달 27일 김수남 검찰총장의 '결단'으로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까지 34일간의 수사에연인원 50여명이 넘는 검사를 투입했습니다. 막대한 '화력'을 투입해 '비선 실세' 의혹을 상당 부분 규명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검찰 역사상 단일 사건에 이처럼 많은 인력이 투입된 사건은 중앙수사부 시절을 포함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김 총장의 '강수'가 수사 의지를 의심하던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고 검찰의 체면을 어느 정도 살린 셈이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다만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통령이 쌩쌩하던 9월 국정감사장에서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빨리 압수수색을 나가라고 아무리 다그쳐도 형사8부 막내 검사에게 사건을 맡겨놓고 고소인 조사나 하다 사과 담화문 발표 이후 득달같이 달려드는 검찰의 이중성을 망각해선 안 된다"고 일갈했듯이 '생존 본능'에 따라 뒤늦게 '살아 있는 권력'에 칼날을 들이댔다는 비판은 뼈아픈 대목입니다.
돌이켜보면, 검찰 수사의 하이라이트는 최씨를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저지른 범행의 '공동정범'으로 규정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최씨 공소장에는 "피고인 최서원, 피고인 안종범, 대통령의 공모 범행'이라는 표현이 적시됐고,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 의혹과 최씨 이권 챙기기 행보와 관련된 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도 구체적으로 기술됐습니다.
동시에 검찰은 현직 대통령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최씨 변호인이 "최씨 공소장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공소장"이라고 할 정도로 최씨 등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몸통'으로 지목됐습니다.
이처럼 특수본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700억원대 강제 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최씨의 각종 이권 챙기기 등 '큰 그림'을 그린다는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한 셈이 됐습니다.
그러나 우병우 전 수석의 최씨 비위 묵인·방조 의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최씨 지원 의혹, 박 대통령을 둘러싼 대리처방 등 의료 관련 의혹 등은 수사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특히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후인 2014년 여름 최씨,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함께 골프를 쳤다고 차은택씨가 변호인을 통해 폭로하면서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에 최씨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습니다.
게다가 차씨가 최씨 지시를 받고 김 전 실장을 공관에서 만났다고 주장해 최씨를 모른다던 김 전 실장의 기존 발언에도 의구심이 커진 상황입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대리처방 의혹은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의 행방을 둘러싼 '7시간 의혹'과 맞물려 향후 특검에서 커다란 폭발력을 가진 사안으로 비
최씨 딸 정유라(20)씨의 이대 부정 입학 및 특혜 의혹 등도 향후 명백히 책임이 가려져야 할 부분입니다.
이 밖에도 최씨와 관련한 많은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장장 4개월 동안 진행될 '슈퍼특검'에서 의혹이 어디까지 규명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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