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와 압수 등의 수난을 겪으면서 어렵게 설치된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의 공공조형물 등록이 추진되면서 한·일 외교갈등으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후에도 소녀상이 잇달아 설치되면서 이미 전국에 36개의 소녀상이 세워졌으나 이번에는 설치 장소가 일본영사관 앞이라는 점에서 일본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된 데 대해 일본 정부내의 불만이 높아 한국의 요청으로 합의한 "통화스와프협정" 재체결 협상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부산 영사관 앞 소녀상 제막식이 지난해 12월 31일 심야에 열렸다면서 한국 정부도 철거에 반대하는 여론을 의식해 설치를 사실상 묵인하는 모양새여서 한국과 일본은 새로운 불씨를 안은 채 2017년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어 한·일 외교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매우 유감"이라며 "소녀상 설치는 한·일 간 합의 정신에 반하는 것으로 한·일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영사관도 부산시에 '소녀상 설치 반대'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특히 소녀상 설치에 이어 공공조형물 등록까지 추진하면서 한·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부산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등록해달라고 부산시와 동구에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 소녀상은 동구의 허가가 아니라 '묵인' 하에 설치됐다. 공공조형물로 인정받아야 '합법'이 된다.
추진위 관계자는 "소녀상 건립을 위해 196개 단체와 5143명이 85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공공조형물 등록 자격이 충분하다"며 "소녀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공조형물 등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녀상의 공공조형물 등록은 다른 시·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제주시 방일리 공원에 설치된 소녀상은 지난해 7월과 9월에 잇달아 훼손돼 공공조형물 지정이 추진 중이다. 강원도 원주시는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과 평화의 소녀상 등 조형물 설치·관리 등을 돕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외교부가 소녀상 설치 후 국제 관행과 외교문제를 이유로 사실상 소녀상 이전·철거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외교 공관 앞이라는 점에서 일본 측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정부와 시민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국익이 우선되는 외교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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