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한 폴 매너포트가 최근 한국을 찾아 사흘간 국내 핵심 정재계 인사들과 연쇄 비공개 회동을 가진 후 출국했다.
그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5월부터 힐러리 민주당 후보와 대결에 돌입한 8월까지 캠프 최고위직인 선대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거물급 인사다.
매너포트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30일 한국을 찾아 지난 1일 출국하기 전까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 등 정계 인사와 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이외에 이병호 국정원장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너포트 전 위원장은 최근 촛불정국 등 한국상황을 파악해 향후 트럼프정부의 외교정책 수립에 방향을 잡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과 함께 중국·일본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측 고위인사들도 만나는 등 최근 민감한 동북아 정세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시도한 흔적이 보인다.
김종인 전 대표는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정책 등을 주로 논의했고, 개헌 등 국내 현안에 대해서도 얘기했다"며 "동북아 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는데 매너포트는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에 관심이 꽤나 많아 보였다"고 말했다. 안상수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철저한 기업가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음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우리가 석탄가스 등 자원을 많이 쓰는데 조건이 맞는다면 셰일가스 등 미국산을 쓰는게 트럼프가 원하는 방향일 것"이라면서 "대기업의 미국 진출 등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이야기를 우리가 해줘야 우리도 얻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매너포트는 트럼프에 대해 궁금해 하는 국내 인사들에게 "트럼프는 아주 전략적이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며 "하루에 3~4시간만 잘 정도로 부지런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는 아주 건강하며 소통형 리더"라고 강조했다.
매너포트 전 위원장은 경제계 인사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과 면담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 경제 영향, 환율 문제와 가계부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고 매너포트 전 위원장은 긍정적인 시각에서 한국경제를 바라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너포트 전 위원장은 지난해 3월 트럼프 선거캠프에 합류한 뒤 영향력을 계속 확대해가면서 지난 5월 캠프 최고위직에 올랐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돌풍의 주역이었던 트럼프를 어엿한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자리잡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전까지 기성정치권과 사사건건 부딪혔던 트럼프 진영에 매너포트 전 위원장이 해결사로 나선 셈이다. 그는 제럴드 포드·로널드 레이건·조지 H.W. 부시의 대통령선거 운동에 참여했으며,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에는 백악관의 인사관리실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지난해 8월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 우크라이나의 야누코비치 정부(친러)로부터 1270만달러의 불법자금 수수한 의혹을 받아 사퇴했다. 폭넓은 워싱
[안병준 기자 / 김태준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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