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내우외환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구한말과 해방 이후 분단·전쟁에 이어 한반도에 '제3의 위기'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이 심상치 않다. 중국은 우리 정부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보복을 노골화하고 있고,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 문제에 항의하며 주한 일본대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인데 이어 '한·일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선언하는 등 한국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핵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의결로 국내 안보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에서 남북관계와 함께 한일, 한중 관계가 모두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한미관계도 예전같지 않은 모습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트럼프의 미국은 보호무역주의의 칼끝을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향할 기세다.
지난 6일 매일경제가 주최한 긴급 안보좌담회에 참석한 안보 전문가들은 "나라의 앞날이 풍전등화의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오는 3월 23일 '격동의 동북아, 한국 생존의 길'을 주제로 열리는 제26차 국민보고대회의 자문위원회의를 겸해 열린 이날 안보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지금이야 말로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위험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북한의 핵개발이 가속화하면서 미국에서는 지금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과 군인 출신 강경파가 장악한 안보라인을 감안할 때 자칫하다가는 미국이 북한 핵시설 폭격 직전까지 갔던 1994년 북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악용하는 정치권의 구태가 한반도 안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영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전 국방장관)은 "여나 야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안보 문제를 활용하다 보니 일관된 전략이 없고 정권 성향에 따라 정책이 극과 극을 달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유명환 세종대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안보 앞에서는 여와 야가 있을 수 없다"며 "안보는 국가 생존의 문제다. 안보가 하나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야권 일각에서 나오는 사드 배치 철회 주장에 대해서도 "남남 갈등을 유도하는 중국의 전략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地政學)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경학(地經學)
[노현 기자 / 최승진 기자 /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