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존 정당 입당이 아닌 신당 창당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기문 캠프는 설 연휴 직후에 새누리당을 탈당하거나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을 규합해 창당준비위원회부터 발족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23일 매일경제신문이 접촉한 복수의 반 전 총장측 인사들은 창당준비위원회 작업이 사실상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설 직후 창당준비委 추진
반기문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존 정당에 들어갈 경우 중도보수를 중심으로 국민대통합을 추진하는 빅텐트 설립이 어려워진다"며 "캠프 분위기는 신당 창당 쪽으로 기울었고, 반 전 총장의 최종 결단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 전 총장이 본인의 지지율보다 훨씬 뒤처지는 기존 정당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선 이전에 실제 창당이 이뤄질지, 아니면 창당준비위 체제가 장기화될지는 미지수다. 세력 규합과 지지율 흐름에 따라 속도 조절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만약 반기문 신당에 동참하는 현역의원이 20명을 넘어선다면 이를 중심으로 여야에 산재한 비문재인 세력을 흡수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반 전 총장은 지난 21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비공개 독대를 하고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반 전 총장에게 영입 제안을 받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이날 "무엇이 한국과 보수정권 재창출, 바른정당을 위해 도움되는 길인지 바른정당 분들과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창당준비위원회 체제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며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으로 갈 확률은 매우 낮아졌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신당 창당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는 이날 반 전 총장을 직접 만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에게서도 나왔다. 이날 반 전 총장을 만난 의원은 박덕흠, 권석창, 이만희, 최교일, 이양수, 이철규, 민경욱, 박찬우, 김성원 등 9명이다.
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에 간다는 얘기를 당신 입으로 한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며 "통합적으로 가야지, 선별적으로 어느 정당에 들어간다는 게 아니더라"고 전했다. 민 의원은 특히 "반 전 총장은 중도 사퇴 있을 수 없고 끝까지 간다고 강조했다"며 "의원들이 보수통합의 구심점이 돼달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들이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행(行)을 경계하려는 복선이 깔려 있기는 하다.
관건은 창당 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가세하느냐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의 나경원 이주영 정진석 심재철 의원 등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은 "최근 새누리당 개혁작업에 실망한 의원들이 충청권뿐 아니라 수도권에도 상당히 많다"며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여권이) 다시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潘 "나는 이명박·박근혜정권과 관련 없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개헌을 통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국가를 통합하고 화해를 도모하려면 대선과 총선을 하루에 실시해야 한다"며 개헌을 통해 선거 주기를 맞추자고 주장했다.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자는 그의 주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과 맞물려,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2016년 12월28일 A1면 보도)
그는 개헌에 대해 "정치교체를 위해 꼭 필요하다. 앞으로 새 시대에는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한 분권형 대통령제가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개헌 시기는 빠를수록 좋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가 반대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반 전 총장은 자신의 강점에 대해 "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관련이 없는 정치신인 중의 신인"이라며 "공장에서 바로 나와 좋은 냄새가 나는 가구와 같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친박(친박근혜)·친문계를 제외한 '제3지대' 정계개편을 주도할 의향을 묻자 "제3지대론은 이념에 빠진 양극단 세력을 제외한 분들이 힘을 합치자는 주장"이라며 "여기에 동의하시는 모든 분을 열린 마음으로 만날 예정이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반 전 총장은 이번 대선의 시대 정신을 '대통합'과 '정치교체'로 규정하고 "(대선에서)신임을 받는다면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국민과 대화하고, 화해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3일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2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
[신헌철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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