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 표심이 흔들리는 가운데 차기 대선에서 이들 표가 얼마나 결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기울어진 판세에서 많은 보수 유권자의 기권을 예측했지만 보수 대 진보의 양강구도가 형성될 경우 보수표 결집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표 결집의 핵심 열쇠는 바로 '샤이 보수'의 향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역대 대선을 분석하면 진보는 최대 34%이고 보수표가 48% 가량 나왔는데 이 보수 표가 현재 숨어있다"며 "현재 문재인 대세론으로 인해 많은 보수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보수 대 진보 양자구도로 간다면 결과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지지표가 사실상 보수표라고 볼 때, 이 표에 더해 샤이 보수들의 표를 끌어 모은다면 문 전 대표와 승부가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신 교수는 샤이 보수들의 움직임이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 전 총장표 쟁탈전에서는 현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앞서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일 MBN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 결과를 보면 반 전 총장 지지자의 20.4%가 황교안 권한대행 지지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현재 탄핵과 대선국면에서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는 점에서 그가 실제 출마를 결심할 지 의문을 품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에 출마하면 민심을 잃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계자가 돼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며 "출마 가능성있는 것 처럼만 보여 잠재적가치를 최대화 한 뒤 차기를 바라볼 것"으로 전망했다.
현실적으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보수표를 두고 경쟁을 벌일 확률이 높다. 연초부터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을 강조해온 안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이 이탈한 현재의 구도가 본인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 후보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누가 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할 적임자인지 묻게 되는 순간 문재인의 시간은 안철수의 시간으로 급격하게 이동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 출신의 4선 의원으로 보수 단일 후보를 주장해 왔으며 대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황 권한대행을 제외하면 현재 범여권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유 의원이 최근 새누리당과 단일화가 가능성을 언급하며 보수 단일후보론 내세우는 배경도 바로 보수표 흡수에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대세 후보인 문 전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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