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9일로 ‘대통령 대행'직을 수행한 지 63일째를 맞는다.
'63일'이란 시일은 꽤 의미가 깊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전 총리가 정확히 63일간 '대행'직을 수행했다. 황 권한대행이 고 전 총리 기록을 넘어 한국 헌정사에 새로운 역사를 써가게 되는 셈이다.
지난 63일간 황 권한대행에 대한 평가는 분야별로 궤적을 달리한다. 외교·안보 부문에서 황 권한대행은 '대행'의 한계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친 것과 대조적으로 황 권한대행은 정상외교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도 아직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신 행정부를 상대로 확고한 한미동맹의 기틀을 다진 것은 국내 전문가는 물론 미국 외교가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 부문은 아직 '평가 유보' 상태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경제 챙기기 행보가 예고돼 있어 어떤 평가가 뒤따를지 관심을 모은다.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은 '실패작'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구제역 대응에 진일보한 역량을 보일지 주목된다.
◆ AI 대응은 ‘뒷북' 지적
황 권한대행의 경제 행보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작년 12월12일 제1차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 분야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을 챙겨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듯 경제팀에게 거의 전권을 맡겼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수출이 플러스 성장을 했다는 희소식도 들렸다.
다만 황 권한대행은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경제 살리기' 행보에 나선다. 오는 22일 예정된 '규제개혁 국민토론회'가 대표적이다. 지난달부터 일반국민들이 느끼는 현장 규제애로 사항을 접수받고 있는데 이를 풀기위한 방법을 경제단체, 민간경제연구소와 토론해 개선점을 모색하는 자리다. 특히 황 권한대행이 직접 나서 규제개혁 아이디어 제안자, 경제 전문가들과 토론해 '소통' 이미지도 보여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마지막주에는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장·차관 20여명과 공공기관장,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 기업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하는 경제부처 최대 행사다.
황 권한대행의 아킬레스건은 AI 대응 실패다. 작년 11월 11일 첫 AI 확진판정이 나왔지만 황 권한대행이 관계장관회의를 연 것은 한달 뒤인 12월 12일이었다.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진 뒤에야 관계 부처를 모두 참여시켜 '뒤늦은 총력전'을 펼친 셈이다. 이후 거의 매일 AI일일점검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사상 최대 규모 살처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AI가 발생한 일본에서 아베 총리가 한밤 중에 방역 지시를 내리는 등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것과 대조됐다. 최근 구제역 발생으로 AI 일일점검회의는 구제역·AI 일일점검회의로 이름을 바꿔 개최되고 있다.
◆ 美 "黃대행 외교역량 안정적"
'외교·안보' 행보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건 미국 외교가의 평가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황 권한대행의 통화 이후 미국 외교가의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때 황 권한대행은 안보 문제에 대해 준비된 모습을 보였다. 안정적 이미지를 심어준 것은 평가할 만 하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에 대해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트럼프 신정부와의 초기 한·미 관계가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이어졌다”며 “현 정부의 기조를 유지하며 대외적 불확실성을 줄였던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백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30분 통화였다. 당시 외교부 내에선 트럼프가 당선인 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를 했던 만큼 권한대행과 또 인사를 나누긴 쉽지 않다는게 중론이었다. 당시 통화에서 황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를 표하고 사드 배치 추진을 재확인했다. 지난 2일 방한한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의 접견, 5강 대사(미·중·일·러·UN)를 소집해 주재한 동북아·한반도 정세 대책회의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소녀상 갈등'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와 역대 최장 공백을 기록 중인 주한 일본 대사 문
[조시영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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