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때 미군 수송기로 전쟁고아 1000 여명을 서울에서 제주도로 무사히 피신시킨 고(故) 딘 헤스 미 공군 대령의 공적 기념비가 9일 제주도에 세워졌다. 공군은 이날 헤스 대령의 별세 2주기를 맞아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공적 기념비 제막식을 했다고 밝혔다.
헤스 대령은 1950년 12월 러셀 블레이즈델 군목과 함께 서울의 전쟁고아 1000 여명을 미 공군 수송기 15대에 태워 제주도로 피신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헤스 대령은 '전쟁고아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제주도에 전쟁고아들을 위한 보육원도 지은 그는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수시로 한국을 찾아 고아들을 지원했고 20년 넘게 전쟁고아를 위한 모금 활동을 했다. 헤스 대령은 2015년 3월 3일 세상을 떠났다.
헤스 대령은 한국 공군의 전투력 강화에도 기여했다. 6·25 전쟁 당시 미 공군이 대한민국 공군 F-51 전투기 훈련과 조종사 양성을 위해 창설한 '바우트 원'(BOUT-1) 부대를 맡았고, 한국 공군 정비사가 헤스 대령의 F-51 전투기에 써준 '신념의 조인(鳥人)'이라는 글귀는 한미 공군 우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헤스 대령의 2주기를 맞아 제주도에 공적 기념비가 세워진 것은 그가 자서전에서 "전쟁고아들의 고통과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비를 세우고 '우리가 구조할 수 없었던 생명들을 추모하며'라는 글귀를 새겨달라"고 썼던 내용을 실행에 옮긴 움직임이었다. 공군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고 그의 공적도 기리고자 작년 4월부터 기념비 건립을 추진했다. 광림교회는 기념비 제작 비용 전액을 지원했다.
기념비는 수송기를 향해 손을 흔드는 전쟁고아들을 표현한 탑, 헤스 대령이 전투기를 타고 출격하는 모습을
제막식에 참석한 헤스 대령의 아들 래리 헤스 씨는 "어떤 이가 아버지에게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셨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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