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정치권 반응은 확연하게 엇갈렸다. 27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자유한국당은 "유감" 바른정당은 "안타까움"이라는 단어로 속내를 표현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역사적인 결정이며,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애초에 뇌물을 준 자는 구속됐는데 뇌물을 받은 자는 아직 구속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측은 "국민의 바람과 법감정에 충실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문 후보 측 수석대변인인 박광온 의원은 "법원은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주기를 바란다"며 "검찰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막아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해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희정 예비후보 측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정"이라며 "법원도 법과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같은 당 이재명 예비후보 측은 "박 전 대통령 구속은 사필귀정이다. 또한, 대한민국 적폐청산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법원 역시 구속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 50%에 육박하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구하면서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에 대한 선명성 경쟁을 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후보들은 박 전 대통령을 동정하는 보수세력을 예선(당내 경선)에서나 본선에서 흡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고 진실을 숨기려 한다면 검찰과 법원은 국민이 진실을 알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구속영장 청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라고 논평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불구속 수사를 바라고 있는 우리 당으로서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을 부정할 수도 무조건 끌어안을 수도 없는 복잡한 속내가 드러난 논평이다.
'친박' 김진태 한국당 예비후보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궁궐에서 쫓겨나 사저에서 눈물로 지새는 여인에게 사약을 내리는 격"이라며 "이번 탄핵사건 때문에 상심한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아마 검찰이 문재인 대선 가도에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이 도움되지 않느냐는 판단으로 영장을 청구한 것 같다"며 "법원에서 맑은 눈으로 구속 여부에 대해 바른 결정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반대하면서도, 혹시 모를 법원 구속 결정에 대해 정치적 반격을 준비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바른정당 유승민 예비후보는 "검찰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의 국론분열을 막고 국민통합을 위해 불구속 수사 및 기소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보수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 유 의원 입장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포용하려는 의도가 짙다.
이제 정치권의 눈은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에 모아진다. 법원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결정을 내릴 경우 대구· 경북(TK)과 장년층을 중심으로 만만찮은 동정론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에 대한 역풍이 거세질수록 한국당을 축으로 보수세력은 단단하게 결집할 구심점을 가지게 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탄핵을 주도했던 정당들이 내심 검찰수사의 속도조절을 바라고
하지만 '태극기 집회'로 대표되는 친박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반문(반문재인) 연대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구축 효과가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친박 세력을 품고 중도보수 단일화를 하기에는 정치적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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