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5일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이 확실함에 따라 미·중회담 결과에 관계없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고수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과 미사일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무력시위인 셈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중국을 향해 미국의 압박에 따르지 말라고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최고경영자(CEO)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북한은 문제다. 정말 인류의 문제다"라며 "시진핑 주석과 나는 여러 현안을 포함해 당연히 북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이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현지시간) 시작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당국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60여㎞에 불과해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 개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군의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의도에 대해 "북한은 탄도미사일의 기술적 능력을 점검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며 "대외적으로는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있는 시기적 상황까지 같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의 발사 직후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에 있는 지상 시설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초기 평가로는 북한이 KN-15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N-15는 북한이 지난2월12일 발사하면서 '북극성2호'라고 명명한 미사일을 한미 군당국이 부르는 명칭이다.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2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무수단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지 14일 만이다. 당시 북한이 발사를 시도한 탄도미사일은 공중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에 비슷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다시 발사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무력시위 성격도 다분하다.
북한은 당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6차 핵실험 혹은 ICBM 시험발사 등 특대형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약 60㎞ 비행한 미사일 자체로는 위협적인 도발로 평가되지 않는다. 미 태평양사령부도 "북미방공사령부(NORAD)가 이 미사일이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정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무력시위는 하되 수위조절에 나섰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한미 군 당국은 미사일의 종류를 분석 중이고 아직 '북극성2형'(KN-15)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군이 '기술적 능력 점검'이라고 표현한 대로 북한이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하려는 시험발사라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북한이 북극성2형을 개량한 '북극성3형' 미사일을 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새로 개발한 '북극성 2형'은 단 한 번 공개적으로 발사했기 때문에 무기로서 안정적으로 운용되려면 1~2회 추가 발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군 당국의 평가이다. 이번에도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테스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단 추진체를 시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청와대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에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김 안보실장 등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분석하고 대처 방향을 점검했다.
한편 미국 상원의원 26명은 4일(현지시간)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철회 요구 등을 담은 연명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이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 재검토 ▲한국에 대한 부당한 경제적 보복 중단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생산적 역할 수행 등 3대 요구를 하라고 주문하는 내용이다. 존 매케인(공화) 위원장과 잭 리드(민주) 간사, 테드 크루즈(공화), 엘리자베스 워런(민주) 등 군사위원회와 마코 루비오(공화) 등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참여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강력 규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국가안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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