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인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밝혀진 유재경(58) 주 미얀마 대사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김인식 이사장이 새 정부 출범 전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를 통해 관련 사실이 밝혀진 지 두 달 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유재경 대사가 개인 일신상 이유로 6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유 대사는 사표가 수리되는 대로 이달 하순 귀국할 예정이다.
아직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김 이사장 역시 곧 거취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코이카 관계자는 "김 이사장의 거취 문제는 현재 외교부와 협의 중"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용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 소식통은 "새 정부 출범 전 김 이사장의 거취가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외교부는 대선을 앞두고 최순실 씨 입김이 작용해 임명된 인사들을 모두 털어내는 셈이 됐다. 외교부 소식통은 "유 대사와 김 이사장이 최순실과 연관된 인물이라는 것은 전 세계가 다 안다"며 "이들의 정상적인 대외 업무는 현재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전기 전무 출신인 유 대사는 작년 5월 직업 외교관인 이백순(58) 전 대사 후임자로 임명됐다. 삼성전기 유럽판매법인장, 글로벌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한 유 대사는 브라질과 독일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미얀마 관련 경력은 없어 인사 배경을 두고 인선 당시부터 의문점이 제기됐다. 김 이사장 또한 주로 외교부 출신이 임명된 자리에 이례적으로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KOTRA•코트라) 출신으로 임명돼 전례와 맞지 않는 인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외교부가 '늦장'을 부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최단 시일 내에 이들의 거취를 정리해야 함에도 본인의 사의 표명 전까지 기다리기만 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에게 사표를 내라고 강요하는 것 역시 권력 남용이다, 본인이 직접 사의를 표명할 때까지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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