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나흘간의 행보, 핵심은 소통이었습니다.
특히 오찬자리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른바 '식사 정치'로도 부를 수 있는 대통령의 취임 직후 모습을 정치부 황재헌 기자와 정리해보겠습니다.
【 질문 1 】
취임 당일 그러니까 지난 10일 점심 식사부터 정리해보죠.
【 기자 】
취임 당일 오찬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함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황교안 총리의 사임을 만류했지만 황 총리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과 함께 결국 사표를 냈죠.
그런데 왜 황교안 총리와 점심을 함께했을까? 그래서 과거 대통령이 취임식 날 누구와 식사를 했는지 찾아봤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첫날 첫 식사는 취임식에 온 각국 정부 대표단 100여 명과 함께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엔 오래 준비하는 정식 취임식이 치러지지 않은 사실상 첫 사례다 보니 문 대통령 측에서 과거 정부와의 소통을 위해 황 전 총리를 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2 】
본격적으로 둘째 날 식사때부터 전 대통령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 나왔죠?
【 기자 】
지난 11일에는 조국, 윤영찬, 조현옥 등 신임 수석들과 오찬을 함께했는데요.
일단 식사 전 모습이 눈에 띄엿죠.
▶ 인터뷰 : 문재인 / 대통령
- "이 정도는 내가 합니다."
그러니까 직원이 벗은 재킷을 받으려고 하자 대통령이 이를 거절하면서 내가 할 수 있다, 이런 말을 한 것입니다.
식사 뒤에는 커피 한잔 씩 들고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죠.
산책에서의 대화내용은 여성 장관 비율 확대 문제 같은 일반 현안이었다고 하는데 인터넷에서는 그 모습이 마치 회사 부장이 부서 직원들 데리고 나온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역시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 질문 3 】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도 청와대 직원과의 식사였는데 더 파격적이었죠?
【 기자 】
청와대 직원 식당에서 일반직원들과 먹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조리원 등 기술직군 공무원과 함께였는데 볶음밥과 메밀국수로 이뤄진 3천 원짜리 직원 식당 메뉴를 그대로 먹었습니다.
대통령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보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이게 파격적이라는 건 직원들이 더 잘 알겠죠.
▶ 인터뷰 : 윤영찬 /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 "대통령과 같이 식사를 하게 됐다, 참석해달라고 전달했더니 30분 동안 믿지 않고 계속 거짓말이라고 이야기를 하더랍니다."
실제 직원들이 일하는 여민관 직원식당에서 대통령이 식사를 하는 게 처음이라고 합니다.
【 질문 4 】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도 식사로 소통 행보를 했어요? 오늘 있었던 일이죠?
【 기자 】
지금 보시는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문 대통령 내외는 오늘 홍은동에서 청와대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짐을 싸는 도중 홍은동 자택으로 한 한 60대 민원인 여성분이 찾아왔습니다.
부동산 관련 억울한 일이 있어서 온 분인데요.
김정숙 여사가 이 여성 분과 대화를 했는데 이분이 식사를 못했다고 하니까 민원인을 데리고 집에 들어가서 컵라면을 대접했다고 합니다.
뜻밖에 영부인으로부터 라면을 대접받은 이 민원인 분은 밥도 얻어먹었고 내 얘기를 들어줬으니 이제는 안 올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합니다.
작은 에피소드일 수 있지만 그만큼 문 대통령 내외가 소통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죠.
【 질문 5 】
이렇게 소통, 소통하는 게 아무래도 전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겠죠?
【 기자 】
오늘 포함해서 지난 나흘 동안 청와대에서 수시로 브리핑이 열리고 있습니다.
질문도 많이 받는 모습이어서 청와대 기자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는 말이 들릴 정도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청와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인데요.
박 전 대통령은 사실 불통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 측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국민과의 접촉, 소통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국민들의 초반 반응이 뜨거운데요, 다만 국민들은 이런 대통령의 모습이 정권 내내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는 걸 청와대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황재헌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