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기일인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아침부터 모여든 추모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점심 무렵에는 마을 3km 밖에서 입구에 이르는데만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예년의 3배인 3만명이 넘는 추모객이 찾았다.
오후 1시반쯤 추모객들은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하고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기위해 권 여사 자택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아이를 업고 온 주부, 직장에 휴가를 내고 나온 회사원, 교복을 입은 학생 등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노란 풍선과 노란 바람개비를 흔들며 추모식이 아닌 축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추모식이 시작하는 2시가 가까워 오자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연호했다. 문 대통령이 권 여사 자택을 나와 묘역으로 향했을 때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추모객도 있었다. 문 대통령 뿐만 아니라 측근 정치인들이 지나갈 때도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2시에 추모제가 시작했지만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식장 안으로는 모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은 근처 언덕이나 건물에 올라가 멀찌감치에서 추모식을 지켜봤다. 축제 같았던 분위기는 추모식이 시작하자 엄숙해졌다.
시인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모시를 낭독했다. '운명'이라는 제목의 추모시에서 도종환 시인은 "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치열한 희망으로 바꿔온 그 순간을/순간의 발자욱들이 보이십니까"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전했고 "당신의 부재/당신의 좌절/이제 우리 거기 머물지 않습니다/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당신이 추구하던 외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그 이상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라고 다짐했다.
추모시가 낭송되는 동안 눈물을 흘리거나 흐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이 나오자 흐느낌이 오열로 바뀌었다.
추모식이 시작하고 50분이 지나 문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오자 추모객들은 '문재인'을 연호했다. 문 대통령은 평소보다 슬픈 얼굴로 한마디 한마디를 천천히 내뱉었다. "대통령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해줘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때는 참석자들이 모두 기립해 박수를 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공식 추도식 전 봉하마을 사택에서 권양숙 여사, 노건호씨 등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이날 오찬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노 원로들이 함께 했고 김경수·민홍철 민주당 의원, 허성곤 김해시장,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등도 자리를 같이 했다.
식사는 권 여사가 직접 가정식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전하며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서 돌아오시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양숙
한편, 이날 행사에는 노건호 씨가 삭발을 한 모습으로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노건호 씨는 탈모 치료를 위해 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 = 최승균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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