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지난해 한해동안 140조원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로 치솟은 가운데 국회와 정치권이 가계부채(3월말 현재 1360조원)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본격 가세하고 나섰다. 다만 부채탕감 등 채권·채무 관행에서 벗어난 포퓰리즘 성향의 정책이 쏟아져 경우 채무자들의 모럴해저드를 부추키고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각 정당이 장기채권의 채무면제 추진을 통한 가계부채 관리를 공통공약으로 내놨는데 6월 임시 국회에서 이 공약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우 대표는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된 만큼 관계부처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25일 금융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며 "현재 가계부채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금융위 주도의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따라 6월 임시국회를 기점으로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가계부채 탕감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기간 중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을 탕감해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민주당은 우선 일명 '죽은 채권 부활 금지법'으로 불리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 장기채권 채무면제 법안들을 주로 다룰 예정이다. 이 법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의 추심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제윤경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불법적인 채권추심을 막는 법안을 내놓고 있어 큰 반발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소멸시효가 지났는데도 현행법에 '존재하지 않는 채권'이라는 모호한 표현 때문에 금융기관이 소송을 통해 죽은 채권을 부활시키고 있다"며 "명칭을 명확하게 해야만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에 대한 추심이 중단되고, 확실히 존재하지 않는 채권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입법사안은 아니지만 당청협의를 통해 대선 때 공약한 가계부채 해법을 직접 챙긴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선공약 중 하나인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계획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0% 넘지 않게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은 연체된지 5년이상 지나 소멸시효가 완료된 '죽은 채권'을 거의 갖고 있지 않지만 민주당식의 빚 탕감은 대출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단발성 채무 조정보다는 기존 채무조정제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빚을 갚지 않더라도 탕감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모럴헤저드가 확산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못했다"는 지적을 잇따라 받은 금융당국도 바짝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새 정부 수뇌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이 안이하게 가계부채를 관리해 왔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권 출범에 따라 금융당국 수장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확대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등 기존 대책 이외엔 사실상 새로운 대책이 나오기도 힘든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는 금융당국이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라며 "앞으로 어떻게 소득을 증가시킬지, 부동산대책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뚜렷한 방향이 제시하지 않아서 혼란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지난 4월말 발표된 민주당의 최종공약집을 바탕으로 가계부채 해법을 어떻게 정책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재검토에 착수했다.
가계부채 대책을 정치권이 주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도 우려하고 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경영학부)는 "법을 통해 가계부채를 늘리지 못하게 하는 조치는 시장에 파국적인 신호를 줄 우려가 있다"며 사후적인 대책보다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사전예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담보대출 열풍으로 지난해 한해동안 140조원 가까
[김태준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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