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2위를 기록했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 당대표에 도전하며 국내정치에 복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0%대 지지율을 바탕으로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홍 전 지사가 강력한 야권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3 전당대회에서 자유한국당 차기 당대표로 유력시되고 있는 홍 전 지사는 '보수를 끌어안되 친박과는 거리둔다'는 전략을 세웠다.
18일 홍 전 지사는 당 대표 출마 기자간담회에서 "국정 파탄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살아날 길이 없다"며 "(보수를) 궤멸시킨 장본인이 설치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친박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또 홍 전 지사는 "지금 환경을 보면 언론이 정상이 아니다"며 "지난 탄핵이나 대선 과정에서 보니 신문 갖다 바치고,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청와대 특보 자리 겨우 얻는 그런 언론도 있더라"며 특정 언론사를 공격했다. 해당 발언은 중앙일보·JTBC 회장을 지낸 홍석현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19일 중앙일보 측은 "조카를 구속시켰다는 홍 전 지사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며 "(홍석현 전 회장은) 특보 지명 발표 당일인 2017년 5월21일 미국 특사 활동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처음 듣는 말이며 당혹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고 반박했다.
홍 전 지사에 대한 비판은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는 주사파 패당정부'라고 발언한 홍 전 지사를 겨냥해 "술이 안 깬 주사파는 오히려 홍준표 본인"이라며 "(홍 전 지사가) 입만 열면 남을 헐 뜯고 욕하고 심한 말을 한다. 원래 그 정도까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 의원은 "너무 선거용으로 격한 발언 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특히 제1야당의 대표가 되겠다고 하면 발언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당권을 놓고 경쟁 중인 범친박계 원유철 의원은 이날 홍 전 지사를 겨냥해 "친박을 희생양, 먹잇감으로 삼아 선거에 활용하는 것은 정치를 떠나 인간적으로 도리가 아니다"라며 "보수는 그래도 따뜻한 인간미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이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안팎에서 쏟아지는 홍 전 지사에 대한 비판은 그의 존재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청와대와 각을 세워가면서 제1야당을 강력하게 이끌어갈 정치인으로 홍 전 지사만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다. 홍 전 지사가 당권을 잡은 후 어떻게 친박을 축출하고 당을 개혁할지, 어떤 스탠스와 강도로 여당과 각을 세울지 등에 따라 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 중소 야당까지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앵그리 홍'이라는 별명처럼 우파야당 역할을 강공책으로 수행할지, 의외의 협치를 보여주며 외연을 넓힐지 홍 전 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홍 전 지사는 내년 열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서울 지역구로 출마해 원내 입성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여당 잠룡과의 빅매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한국당은 내달 3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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