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아내 김정숙 여사가 29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악수를 나누면서 '퍼스트레이디'로서 외교무대에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처음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김 여사에게 손을 뻗어 자리를 안내하는 포즈를 취하며 친근하게 예의를 보였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찬장으로 앞서가자, 김 여사는 멜라니아 여사와 뒤따라가면서 영어로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멜라니아 여사가 "여행 어떠셨냐" 고 묻자, 김 여사는 "아주 즐겁게 보내고 있다”며 “지금이 한국시간으로 아침이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부동반 만찬 인사말에서 "문 대통령의 매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내(your very beautiful and lovely wife)와 함께 부부동반으로 식사할 수 있어서 커다란 영광"이라며 김 여사를 향해 극찬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백악관 3층에 마련된 사적인 공간을 문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보여주면서 호감을 보였다.
김 여사는 3박5일간의 방미 기간에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 등 일정을 문 대통령과 함께 소화하면서도 별도로 미국 노인복지시설인 아이오나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또 카렌 펜스 부통령 부인과 오찬을 갖고 서울 워싱턴 여성협회 회원들과의 차담회를 갖는 등 개별적인 첫 해외순방 일정을 진행했다. 평소 유쾌하고 사교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김 여사는 앞으로 각종 정상회담에 함께 하면서 '내조외교'를 충실하게 수행하게 된다.
김 여사가 만찬에서 트럼프 여사와 한자리에 섰지만 대조적인 패션 감각을 선보이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는 편안함·신뢰·희망을 상징하는 파란색 한복으로, 멜라니아 여사는 연한 분홍빛 민소매 원피스로 서로 다른 '패션 내조'를 펼쳤다는 평가다.
김 여사는 방미 기간 '파란색 의상'을 착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른바 '색깔 외교'로 한미 양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첫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의 전통적인 미(美)를 테마로 블루를 메인 컬러로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는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처음 만날 때 푸른색에 빨간색 고름으로 포인트를 준 한복을 입고 나전으로 된 클러치백(손가방)을 들어 한국의 미를 온 몸으로 보여줬다. 이 한복은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천연 쪽물과 홍두깨를 사용해 전통방식 그대로 염색해 한국적인 멋스러운 컬러감을 자아냈다. 여름에 제격인 한산 모시로 지은 한복으로 시원한 느낌까지 더했다.
패션 브랜드 라이(LIE)를 운영하는 이청청 디자이너는 "첫 방미이다보니 영부인께서 평소 즐겨 입던 화려한 색감이나 본인의 취향보다는 한국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면서 "차분함과 신뢰를 주는 블루 컬러를 기조로 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캐시 연주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의 전임교수는 "영부인의 방미 패션은 단아한 한국의 미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 것 같다"면서 "첫 방미인만큼 우리 고유의 의상인 한복을 선택했고 믿음가 신뢰, 성공을 의미하는 컬러인 블루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멜라니아 여사는 옅은 분홍색의 타이트한 원피스로 모델 출신다운 몸매를 강조했다. 민소매로 길고 가는 팔의 선을 과감하게 드러냈고 허리 부분에는 프릴 장식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멜라니아 여사는 워낙 몸매나 패션감각이 뛰어나서 늘 글래머러스하게 옷을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자신의 갖고 있는 장점과 매력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이 미국적
김 여사가 출국길에 신었던 버선코 구두도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버선코의 곡선을 살리되 뒷부분에 굽을 장착해 힐 형태로 만든 구두다. 이 구두는 김 여사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강계만 기자 / 서울 =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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