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블랙리스트 공범 아닌 이유…"국정기조 자체는 위법아냐"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 1심을 선고한 재판부가 '좌파 배제·우파 지원'이란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 자체는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국정 기조를 강조하며 그에 따른 정책 입안을 지시한 것만으로는 박 전 대통령을 지원배제 범행의 공범이나 주도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러한 법원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항소심과 박 전 대통령의 남은 1심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31일 김 전 실장 등의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당선 후 여러 차례 문화·예술계의 편향성을 지적한 점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문화예술계가 좌 편향돼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인식에 따라 청와대 내에서 '좌파 배제, 우파 지원'의 기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피고인들이 지원배제 범행을 실행하기 전이나 실행할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나 문체부에서 작성된 보고서 내용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보고받았을 개연성도 매우 크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사정들만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 지원배제 범행을 지시하거나 지휘함으로써 공모·공범(공모공동정범)의 책임을 진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대통령은 보수주의를 표방해 당선됐고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국민을 그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좌파에 대한 지원 축소와 우파에 대한 지원 확대'를 표방한 것 자체가 헌법이나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
재판부는 "따라서 그런 국정 기조를 강조하고 그에 따른 정책 입안과 실행을 지시한 것을 두고 특정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국정 기조에 따른 정책적 판단을 곧바로 직권남용으로 연결짓기는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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