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1박2일 짧은 러시아 순방길에서 많은 뒷 이야기를 남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러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1800년대에 만들어진 조선시대 검(劍)을 선물했다. 이 검은 1950년대 미국인에 의해 미국으로 반출됐다가 러시아인이 사들인 것을 러시아 정부에서 확보한 것이다.
답례로 문 대통령은 대나무로 만든 전통 공예 낚싯대와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경을 촬영한 사진 액자를 선물했다. 푸틴 대통령은 낚시 애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단독회담, 확대 오찬회담, 5개 협정·MOU 서명식, 공동언론발표, 동방경제포럼 등 여러 일정을 함께 했다. 지난 6일 오후 1시(현지시간)부터 예정된 한러 단독회담에 푸틴 대통령은 별다른 설명없이 34분 늦게 나타났지만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이어갔다. 또 즉석에서 극동연방대학 내의 극동거리를 함께 산책하자고 제안했고, 양국 정상은 그 곳에 마련된 러시아 각 연방주 홍보관과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도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직후 갑자기 한국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진출을 깜짝 축하하기도 했다. 통역으로부터 이같은 발언을 전해 들은 문 대통령은 크게 웃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악수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오전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문제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인형을 선물했다.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한러 우호증진을 위한 동포 오찬간담회도 열렸다. 여기에는 독립유공자 후손과 강제징용동포 1세대들이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무대를 등지고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앉는 등 예의를 갖췄다.
재러 항일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후손이자 독립유공자후손협회 회장인 최 발렌틴씨(79)는 "이곳에서 많은 분들이 독립운동을 했고 그 후손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오늘 이렇게 고국에서 큰 관심과 배려를 해주시니 참 기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에서 동포들을 만나면 가슴이 뭉클하고 특히 이곳 러시아에서 만나뵙는 동포들은 더욱 가슴을 찡하게 한다"며 "일제의 가혹한 수탈을 피하기 위해 오신 분들, 독립운동의 기지를 만들기 위해 오신 분들, 강제징용으로 오신 분들이 계시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동포와 독립운동
'지각대장'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제 3차 동방경제포럼 전체세션에도 42분 늦게 등장했다. 전체 세션에는 북한 경제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한 김영재 대외경제상도 모습을 나타냈다.
[강계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