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지켜낸 여당 투톱? 설득 위해 체면버렸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는 '체면'을 벗어던진 더불어민주당 투톱의 헌신적인 대야 설득 노력이 있었습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집권여당 수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접고 이례적으로 국민의당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였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부결시 사퇴할 각오로 직접 의원실을 돌며 발로 뛰었습니다.
이들 '투톱'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에서 예상치 못하게 부결되고,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까지 낙마한 상황에서 여당의 '김명수 지키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우 원내대표의 경우 지난 11일 김이수 후보자의 인준안 부결 직후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긴급 연석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주변의 강한 만류로 뜻을 거둔 바 있습니다.
만약 김명수 후보자 인준안마저 부결될 경우 여당 원내사령탑으로서의 입지가 심각하게 흔들려 사퇴가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국민의당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식의 강경론이 당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지도부는 더 적극적인 협치 노력으로 여소야대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에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민의당이 사과를 요구한 '땡깡'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추 대표는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제 발언으로 마음 상한 분이 계신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한 발짝 물러섰고, 우 원내대표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저의 과도한 얘기로 국민의당을 불편하게 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으로 떠나기 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명수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에 협조를 부탁한 데도 민주당 원내 지도부와 청와대 정무라인의 건의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우 원내대표는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의원들에 대한 개별 설득에 나섰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날인 20일 오전부터 의원회관을 직접 돌아다니며 국민의당 의원실을 방문, '친전'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추 대표는 지난 주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에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하는 '2+2' 회동을 제안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안 대표와의 단독회동도 요청했습니다. 비록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여당 수뇌부의 간곡한 태도를 드러내는 표시가 됐습니다.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친분이 있는 야당 의원들을 1대1로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찬성 표결을 설득했습니다.
특히 추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김동철 원내대표를 만나 팔짱을 끼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난처해하는 김 원내대표를 민주당 원내대표실로 이끌어 3∼4분 대화를 나누며 막판 설득에 힘썼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 등원하면서 국민의당 상징색을 연상시키는 밝은 연두색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중요한 날에만 맨다고 했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김명수 후보자 인준안이 극적으로 가결된 후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찾아갔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에게도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저녁에는 원내 부대표들과 시내 음식점에서 만찬을 함께 하며 그동안의 수고를 격려했고,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다들 수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묶고 나가자"고 당부했습니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에게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법부 공백만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초당적 결단을 내려준 야당 의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언제나 더 낮은 자세로 야
다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우 원내대표가 이후 정기국회 운영에서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