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정권이 멀리하는 원전…MB가 챙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는 12일 3박 4일 일정으로 중동을 찾아 강연에 나선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10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바레인 정부 초청으로 강연을 위해 출국한다"며 "국가 운영 및 발전에 관한 강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재임 시절 이 전 대통령이 원전 수출 및 자원 외교 등에 공을 들인만큼 이번 강연에서 한국 원전의 경쟁력 등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국할 때 공항에서 최근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적폐 청산 움직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공항에서 최근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그럴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출국이 최근 자신과 관련된 적폐청산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다른 관계자는 이번 강연 일정에 대해 "1년 전부터 잡혀있던 강연"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적폐청산 논란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측근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혔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에 대해 보고받은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 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하고 있다.
이같은 견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추석 때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페이스북을 통해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며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이 해외 방문 일정에 나서는만큼 이번 바레인 강연을 계기로 이 전 대통령 측이 최근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0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이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해 여론조작, 정치공작을 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전개됐음에도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으나 마침내 밝혀지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의 반응을 이해하기 어렵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나라와 미래를 위해 솔직히 고해성사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
[정석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