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소득주도 성장'을 "진보 진영에 성장 이론이 없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보 진영이 고유의 성장 이론을 가졌다면 ILO(국제노동기구)에서 이야기하는 '임금주도성장'을 (임금만) 소득으로 바꿔서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이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경우 자영업자 규모가 6~7% 밖에 되지 않고 일본은 12~14%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15~16%인데 우리나라는 적게 잡아야 26%고 많이 잡으면 30%"라며 "이미 자영업자들끼리 레드오션에 있는데 소득주도성장을 가져오고 최저임금을 이야기하면 레드오션에 있는 자영업자들만 더 힘들어진다. 우리에게 맞지 않는 소득주도성장을 핵심이론으로 쓰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문재인 대통령이 민생 행보로 호프집을 찾았다.
=경제 부처가 노는 것도 아니고, 민정 쪽에서도 살아있는 생생한 정보를 올릴테니 정부는 호프집에 가지 않아도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을 것이다. 생생한 정보를 확인하고 싶어서 갔다고 본다. 다만 한편으로는 정책에 대한 실질적 고민을 하기 위해 간 것인지, 퍼포먼스로 간 것인지 잘 구별이 안된다. 일종의 보여주기식이라는 생각도 싹 지울 수는 없다. 가고 안가고 문제가 아니라 생각 내지는 방향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 한국당이 주장하는 성장이론은.
=소득주도성장이든, 최저임금이든 '자영업자 수를 어떻게 줄이느냐'에 대한 산업정책이 먼저 돼야 한다. 자영업자를 15~20%대로 줄이는 산업정책이 먼저 가면서 최저임금 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 '산업 분야 고용을 늘리고 자영업자를 줄이는 정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 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노조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집단 때문에 신산업정책, 규제 완화를 쉽게 내놓을 수 없는 구조다.
- 노조 등 기득권 반발 때문인가.
=노조의 이기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구조 자체가 잘못됐기에 노조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신산업정책을 정부가 밀고 나갈 수 없는 구조고, 그래서 정부가 딜레마에 빠진거다. 산업 분야 구조조정을 한다고 할 때 노동이 옮겨가는 과정은 정말 고통스럽다. 다른 나라의 경우 이 부분에 안전망이 깔려있다. 해고돼도 안전망 속에서 새 기술을 배우고 신산업으로 이동하는데 우린 이 부분이 없다. 이런 문제야말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에게 '뭘 해드리겠다'가 아닌 '참아주세요, 양보해주세요'라고 할 때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다.
- 한국당 노동정책 방향은.
=우리나라는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매우 크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이 진보의 기본 원칙인데 이 부분이 지켜지지 않는다. 임금구조 균형을 잡는 것이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과제는 재교육·재훈련을 포함해 한국 노동자를 지식노동자·지식근로자로 바꾸는 것이다. 이 부분이 제일 큰 문제다.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데 현재 지식근로자 비중은 20%다. 더 늘려야하는데 우리는 이 부분이 안된다. 근로자를 교육시키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에서 이들을 지식근로자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임금 격차가 워낙 커서 지식근로자가 되면 다 이직한다. 저도 정확한 방안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 고민은 우리 사회 모두가 해야한다. 하지 못하면 신산업 발전도 안된다.
-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서 '포용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원래 포용적 성장이라는 말이 있었고, 서구사회에서 쓰기도 하는 말이다. 따뜻한 자본주의, 동반성장 모두 비슷비슷한 말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의지의 유무와 실천 가능 구조다. 산업구조조정을 한다고 할 때 할 수 있는 정부와 힘든 정부가 있다. 성장의 동력은 미시 산업정책·산업구조조정부터 시작돼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노동조합 쪽과 깊이 연관돼있다. 노조를 건드리지 않고 산업정책을 쓰려고 하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뚫고 나갈지에 대한 고민과 의지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강조하는데.
=두고 봐야 한다.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략을 구분하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경제력 집중의 문제다. 삼성을 비롯한 특정한 회사가 거대한 부를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다. 두 번째는 지배구조의 문제인데 이 부분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세 번째는 공정거래의 문제다. 이중 정부가 제일 신경써야 할 부분은 공정거래다. 갑질, 중소기업·협력업체 기술 탈취 등에 대한 부분은 정부가 경찰 역할을 해야 한다.
- 경제력 집중·지배구조 문제는.
=경제력 집중·지배구조 문제에 정부가 깊이 들어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지금 정부는 지배구조에 깊숙히 들어가려고 하고, 경제력 집중에서는 '막말'까지 나온다. '삼성이 어떻게 하면 몇백만명이 먹고 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가 말하는 공정거래는 '좁은 의미'다. 지배구조에 너무 파고들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데 소유 비율은 얼마다' 이런 시시콜콜한 부분은 주주나 채권자, 투자자에게 맡겨야 한다. 너무 간섭하면 좋지 않다.- -- 자율을 강조하는데 '신자유주의'와 같은 맥락 아닌가.
=국가의 통제가 아닌 시장 안에서 생산자·소비자, 투자자·채권자가 상호 견제하면서 자율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는게 제 생각이다. 그럼에도 제 생각이 신자유주의가 아닌 이유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 안에서는 불평등, 소득 불균형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이는 국가가 시정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정부를 다운사이징하는 것이 목표지만, 자율 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국가의 보충적 역할을 중시하기에 제 생각을 신자유주의라고 할 수 없다.
- '작은 정부'가 보수정당의 가치로 인식되는데.
=국가의 보충적 역할을 언급했는데 그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사회정책·국방·안보·평화·안전 모두 국가가 관여할 요소인데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박정희식 국가주도적 모델처럼 여전히 국가가 관여하는 부분이 많다. 가족으로 비유하면, 박정희 정부는 '아버지형 정부'라고 할 수 있고 제 생각은 좀 더 '어머니같은 정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밖에 나가서 뛰어놀고 네 마음대로 해라'고 하면서도 다치고 온 자식을 보듬어주는 것처럼 저소득층을 마음껏 뛸 수 있게 하고 실패하면 끌어안아주는 정부가 좋은 정부라고 생각한다.
- 정부가 전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판하는데.
='대한민국이 신자유주의라고 이름을 붙일 정도로 가봤느냐'고 되묻고 싶다. 박근혜 정부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경제민주화를 표방했을 뿐만 아니라 교과서도 국정으로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신자유주의냐. 국가가 개입해서 혁신센터를 만들고, 대기업들 불러모으는 것이 신자유주의인가.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곳곳에 (국가 주도) 시장개입이 작동했다. 그것도 잘못된 방식으로 말이다. 제가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로 규정하니 '왜 문재인 정부가 국가주의냐'고 되묻는 분들이 있다. '먹방' 때문에 뱃살 나오니 규제하고, 학교 커피자판기를 규제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 조세정책에 대한 생각은.
=조세 분야는 큰 틀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법인세의 경우 우리가 계속 올리고 유지하기 쉽지 않다. 국가 간 조세 경쟁 속에서 우리만 홀로 높게 유지하기 힘들다. 법인세 인하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상속세인데 제가 알기로 세계 주요국가 절반 이상이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중과세나 현지 투자를 명목으로 상속세가 없는 외국으로 가서 상속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그런데 이를 이야기하면 국민적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세금을 내린 상황에서 국가가 보충적 역할을 계속하려면 재정 수입이 더욱 필요하다. 이를 어디서 가져올지 논의가 필요하다.
-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다른 나라의 경우 소득세로 재정을 확보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소득세가 매우 낮다. 면세자 비율이 48%나 되는데 이런 모순이 있어서는 안된다. 덴마크를 예로 들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복지를 갖췄지만 조세 구조를 보면 소득세 최고 세율이 59%다. 이 59%를 누가 부담하냐면 '평균 소득의 1.2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부담한다. 중산층이 조세 부담을 엄청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심각하게 논쟁을 해봐야 법인세·상속세르 어떻게 할지 방안이 나온다.
- 소득세 인하에 부정적인 것인가.
='해외 도피' 등을 주의해야 하지만 (면세자가) 48%라 달리 인하할 것도 없다. '세금 안내는 사람을 줄인다'는 것은 진보·보수 막론하고 하려는 것인데 못하기 때문에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저는 국민개세주의,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세부담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세금 부담이 없으면 정부가 돈쓰는 것을 방기하고 정치에 무관심해진다. 북유럽만 해도 최고세율을 내니 돈을 제대로 쓰는지, 정치가 제 역할을 하는지 국민들이 감시하고 이로 인해 정치개혁·관료제 개혁 동력이 생긴다.
- 탈원전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정부의 에너지 수요 예측을 믿기 어렵다.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낮게 잡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50~100배 늘어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우리 전력수요가 어떻게 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 2030년까지 전기자동차가 보급된다고 하는데 정부는 이를 감안했다고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감안하지 않은 것 같다. 걱정되는 부분은 결국 '권위주의적 행정'이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특정 가치에 집착하면 자칫 수요나 데이터까지 왜곡되는 경우도 생긴다. 전기자동차 외에 신산업 수요를 감안하고도 싼 값에 전기를 공급할 자신이 있을 때 탈원전을 추진한다면 동의하지만 의심가는 상황이 많다.
- 한국당은 보수당인가.
=저에게 '진보냐, 보수냐'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한다. 한국 보수는 혼재된 상황이다. 박정희 시절 성공신화를 존중하며 국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시대를 꿈꾸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수라고 한다. 반대로 자유시장경제,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스스로를 보수라고 한다. 이들은 양쪽 극단에 서있는데도 말이다. 진보도 마찬가지다. 지금 정부처럼 국가주의적 분위기가 있고, 아니면 사회기업이나 협동조합처럼 공동체주의자들도 있다.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어떤 입장에서 지지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만큼 보수·진보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 위원장 소신과 당 기조가 충돌한다면.
=앞으로 죽기살기로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 철학이나 기조는 일방적으로 강요할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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