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늘 당 건국일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벌였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달라진 한반도 정세를 따라 이번 열병식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관찰됐다고 하는데요.
취재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연장현 기자!
열병식이란 게 뭐고, 또 어떤 숨은 의미가 있기에 중요한 겁니까?
【 기자 】
네, 우선 열병식의 뜻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특정부대를 정렬 및 이동시키면서 위용과 사기 등의 상태를 시찰케 하는 군 행사'가 바로 열병식인데요.
보통 국가나 군 기념행사에서 내외 귀빈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실시됩니다.
열병식이 재미있는 이유는 그 안에 국가지도자의 의중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보신 것처럼 오늘 열병식에는 참석했지만, 육성 연설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2인자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내세워서 핵무기 등 자극적인 단어를 없앤 연설로 갈음했는데요.
그동안 김 위원장이 열병식에서 육성 연설을 통해 강경한 대외 정책을 선전해왔기 때문에, 이번 케이스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질문 2 】
이번 9.9절 열병식이 그동안의 열병식과는 다른 점, 대표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 기자 】
북측이 수위를 조절해 무기를 자랑했다는 점이 그간의 열병식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등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 메시지가 될 수 있는 전략미사일과 같은 무기는 등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신 신형 대전차로켓과 신형 152㎜ 자주포 등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무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이 개발한 대표적인 '주체무기'로 꼽힙니다.
사실, 북측은 재작년 9.9절 당일에 5차 핵실험을 했었고, 지난해 9.9절 직전에는 6차 핵실험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북측은 공식적으로 핵실험을 하지 않았고, 열병식에서도 상대적으로 군사력 측면은 덜 부각시킨 것으로 분석됩니다.
【 질문 3 】
김 위원장이 이번 9.9절 행사를 준비하면서 고심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이네요.
과거와는 다른 점이 또 있습니까?
【 기자 】
그동안 북한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규모 열병식을 생중계 해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열병식은 생방송으로 전파되지않았습니다.
북측 입장에서 올해 당 창건일은 70주년, 즉 5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로 의미 부여를 하는 해입니다.
지금 평양 현지에서 취재한 외신 보도를 참고해보면, 이번 열병식의 규모도 예년에 비해 컸으면 컸지 작아지진 않았습니다.
대내적으로는 어느 때보다 성대하게 행사를 진행했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행사를 생방송 하지 않았다는 건, 북측 입장에서 대외적으로는 조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해석됩니다.
【 질문 4 】
조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일까요?
【 기자 】
아무래도 북측 입장에서는 미국과 진행 중인 비핵화 협상이 가장 신경 쓰였을 겁니다.
이전처럼 대남·대미 강경 노선을 유지하던 때였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한반도 정세 자체가 180도 바뀌지 않았습니까?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비핵화 문제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문제, 종전선언 문제 등 풀어가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때문에 북측이 의도적으로 대외 행사에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특히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차 남북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실익을 얻기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비핵화 문제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번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에게 2021년 안에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말했죠.
이번 9.9절 행사가 눈속임이 아닌 비핵화에 대한 북측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단초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연장현 기자, 고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