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라는 말을 쓰는 것은 팩트도 맞지 않고 적절치도 않습니다"
경제 위기 개념을 두고 야당 국회의원들과 문재인 정부 '경제 투톱'의 경제학 공방이 치열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나라가 '경제 위기'에 빠졌다는 일각의 주장에 다시 한 번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제가 어렵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현 국면을 경제 위기라는 용어로 규정하는 것은 학술적·정책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른바 위기와 위기적 상황의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앞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둔화나 침체라는 표현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국가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표현은 과하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8일 김동연 부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들은 파탄 정도로 생각하는데 경제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건 실물경제를 너무나도 모르는 말씀 아니냐"는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경제의 어려움과 하강 위험성에 대해 정부에서 엄중히 보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외환위기, 금융위기, 재정위기 3가지 중 하나를 경제위기로 보는 국제적 관점에서 경제위기라는 말은 지금 상황에 맞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정책 당국자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어려움을 체감하고 앞으로 정책적으로 노력하겠지만 위기라는 말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장하성 실장이 경제 위기 주장에 대해 반박한 논리와 같다. 장하성 실장은 "과거 한국 경제나 세계 경제가 경제 위기라고 규정한 것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였다"며 "국가 경제가 위기라는 표현은 과한 해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이같은 논쟁 자체가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어떤 단어로 상황을 규정하느냐를 두고 국회에서 입씨름을 벌이기 보다는 체감 경기를 실질적으로 부양할 정책 논의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부총리는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발언을 문재인 대통령, 장하성 실장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을 비판한 것으로 본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라 정치권의 이념논쟁 등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설명이다. 김 부총리는 "언론에서 '정치적 의사결정 위기'에 대해 보도가 있었는데 어떻게 제 얘기를 그렇게 해석해서 쓸 수 있는가 생각할 정도로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기사"라고 강하게 비판했
김 부총리는 "경제에서만큼은 여야 간 이념·프레임 논쟁을 벗어나 정치권에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뜻"이라며 "경제정책의 의사결정은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 이해, 타협, 조정이 필수인데 (정치권에서) 조정을 잘 해주십사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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