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의장성명에 동시에 명시됐던 '금강산 피살 사건'과 '10.4선언' 관련 문구가, 최종 성명서에서 돌연 삭제됐습니다.두 가지 내용을 문서에 담느냐 마느냐를 두고 남북 간 압력이 계속되자 의장국인 싱가포르에서 아예 두 문구를 모두 빼버린 것입니다.싱가포르에서 황주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당초 발표됐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의장성명에는 남측이 요구한 금강산 피살 사건의 조속한 해결, 그리고 북한이 요구한 10.4 남북 정상선언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그러나 바로 다음날 각국 대표단이 모두 떠난 이후에, 이 두 가지 내용이 동시에 삭제된 채로 성명서가 전면 수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이용준 외교부 차관보가 의장국인 싱가포르 외교차관을 만나 북한이 요구한 10.4 선언 관련 문구를 성명서에서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싱가포르 측은 우리 쪽 요구만 들어줄 수가 없다며 금강산 관련 문구까지 모두 삭제해버린 것입니다.우리 측은 회담에서 10.4선언에 관한 언급은 북한만 했고, 금강산 관련한 논의는 여러 나라가 함께 했기 때문에 10.4 선언을 삭제하는 것이 옳다고 사정했습니다.그러나 싱가포르 측은 이번에도 우리 측 요구 사항을 수용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북한 측 입장 역시 동등하게 반영함으로써, 우리의 외교 역량이 상당한 위기에 직면했음을 실감하게 했습니다.또한 아세안 30여 개 국가가 참석한 외교 무대의 결과물 격인 의장성명에 남북 간 알력 다툼으로 인한 얼룩을 남겼다는 사실은 국내외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싱가포르에서 mbn뉴스 황주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