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가족과 친척들끼리 쭉 둘러앉다 보면 경제 이야기, 정치 이야기하며 누가 잘한다, 못한다 평가하는 말들 나누죠.
소위 '밥상머리 민심'인데 이게 아주 무섭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일이 터지는 여당과 강수는 두는데 마음처럼 잘 풀리지 않는 야당, 설 이후 민심은 과연 어디로 향할까요.
정치부 박유영 기자와 뉴스추적 해보겠습니다.
【 질문1 】
박 기자, 요즘처럼 많은 거물급 인사들이 구치소에 수감된 적이 있었나 싶어요.
김경수 지사, 안희정 전 지사의 법정구속으로 소위 '멘붕'이 온 여당 분위기부터 들어볼까요.
【 기자 】
나흘 전이었죠.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재판 선고 날, 더불어민주당은 그야말로 혼돈과 충격 그 자체였는데 지금은 많이 차분해졌습니다.
민주당 스스로 "페이스를 찾았다"고 표현하는데요.
초반에 의원 개개인이 SNS 등을 통해 "재판 결과가 경악스럽다"거나 판사를 향해 '열등감'이란 단어를 언급했는데, 그래 봤자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특히 계속 이렇게 나오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농단 법관 탄핵'이 자칫 감정적으로 비칠 수 있겠죠.
일단 설 연휴동안 발언들을 자제하고 지역구에서 조용히 민심을 훑자, 이렇게 전략을 세운 걸로 보입니다.
【 질문2 】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세게 나오는 듯합니다.
【 기자 】
맞습니다. 한국당은 지금 릴레이 농성을 하고 있죠.
현재 파장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설 연휴 기간에도 하루도 쉬지 않고 농성을 하며 현안들에 목소리를 낼 계획인데요.
한국당은 지난해 연말부터 잽을 계속 날리고 있긴 합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를 시작으로 신재민 전 사무관, 서영교-손혜원 의원 건까지 모두 야당에 유리한 이슈였지만 사실 정치적 성과는 없었는데요.
하지만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의 실형, 게다가 대선 기간 중 행위에 대한 유죄는 그 무게감부터 다른 만큼 한국당은 화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선 불복이라는, 역풍이 불 법한 이슈는 자제하면서 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알았는지 답하라며 강공을 퍼붓고 있습니다.
【 질문3 】
그렇군요. 근데 여야가 '감히'란 단어를 놓고 설전이 있었네요? 서로 '당신이 감히' 하는 건가요? 이게 뭔가요?
【 기자 】
네, 한국당이 김경수 지사 판결로 지난 대선의 정당성을 문제로 삼자 이해찬 대표가 분노의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함께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일)
- "탄핵당한 사람들의 세력들이 감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 불복으로 대한단 말입니까."
'감히 대선 불복이냐'란 민주당 말에 한국당은 '감히 판결 불복이냐'고 맞받아쳤습니다.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나경원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 1일)
- "민주당에서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났습니다. 재판 불복을 넘어선 헌법 불복입니다."
【 질문4 】
한 치도 밀리지 않겠다 이거네요. 어쨌든 상황은 한국당에 좀 더 유리한 것 같습니다. 정당 지지율 격차도 많이 좁혀졌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먼저 한국갤럽이 발표한 주요 정당 지지도 추이를 보면,
최근 두 달 간 민주당이 계속해서 40% 선을 밑도는 반면, 한국당은 지난주 20%대를 돌파했습니다.
21%, 탄핵정국 이후 최고치인데요.
리얼미터 조사에선 민주당 37.8%, 한국당 28.5%로 두 정당 간 지지율 격차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좁혀졌습니다.
여당에 연이어 악재가 터진 것도 있고, 또 이달 말에 한국당 전당대회가 있잖습니까.
황교안, 홍준표, 오세훈 등 당권 주자들이 지역을 돌고 언론에도 많이 나오면서 흥행하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가 나타난 걸로 보입니다.
특히 황교안 전 총리 중심으로 불고 있는 '정통 보수'의 바람이 한국당 지지세를 끌어올리고 있는데요.
그동안 갈 곳을 찾지 못했던 보수층의 마음을 황 전 총리가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질문5 】
그래요. 총선이 1년여밖에 남지 않아서 민주당이 말 그대로 비상일 듯한데 이런 추세가 쭉 이어질 것 같습니까? 어떻게 보세요?
【 기자 】
당장 올 상반기로만 좁혀 봐도 변수가 워낙 많습니다.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 같은 외교·안보 이슈에다 김경수 지사의 항소심과 3심, 이재명 경기지사의 재판 같은 여권 거물 인사들의 판결, 또 그에 앞서서 결정될 한국당 대표의 행보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남아있는데요.
이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앵커멘트 】
어쨌든 뭔가 풀릴 기미가 안 보이면서 여야 간 강대강 대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2월 임시국회는 이미 열려 있고, 탄력근로제나 선거제나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죠.
모쪼록 '민심을 잡고 싶으면 민심만 생각하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박유영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