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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에서 신장식 작가의 그림`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그림을 구입해 국가정보원에 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 연합뉴스] |
지난해 4·27 남북 정상회담장에서 양 정상이 기념촬영을 한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배경으로 걸린 그림을 가리키며 "금강산입니다.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라고 화답했다.
남북 정상회담장에 걸린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그림을 정부가 최근 사들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개인소유였던 작품을 정부가 구매한 직후 대여약정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국정원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 그림을 오는 2020년까지 걸어둘 수 있게 됐다. 판문점 내 자유의 집은 통일부가, 평화의 집은 국정원이 관리하고 있다.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과 정부미술품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1월 2일부터 내년 12월 3일까지 24개월 간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그림을 빌리기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서 정부미술품을 빌려오는 방식으로 비용은 무료다. 그림은 국민대 교수인 신장식 작가가 지난 2001년 완성했다.
앞서 신 작가는 정부가 해당 그림을 구매하기 전에도 국정원에 그림을 무상으로 빌려줬다고 말한 바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 판문점으로 간다는 건 4·27 남북정상회담 2주 전 쯤 알았고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서 "평화의 집에 (그림을) 걸려고 하니 빌려달라고 하더라. 며칠 뒤 국정원에서 찾아와서 계약서를 쓰고 그림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2주 간 빌리는 조건으로 그림을 가져갔지만 회담이 끝난 이후에도 작가의 양해를 구하고 그림을 걸어뒀다.
신 작가는 "국정원에서 북미정상회담이 판문점서 또 열릴 수도 있으니 좀 더 빌리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연말까지 그냥 빌려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신 작가에게 그림을 반납해야 할 기한이 임박하자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서 기간을 연장시켜 준 셈이다. 해당 작품의 구매심사는 11월 구매계약은 12월에 이뤄졌는데, 국정원은 미술은행이 작품 구매계약을 체결한 직후 대여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관계자는 "물품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중앙관서는 미술품을 지정된 전문기관으로부터 대여받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미술관은 구체적인 주체는 밝히지 않은 채 구매 요청이 있어서 심사를 했고 구매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작품 구매를) 요청한 제안자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영향을
작품 가격에 대해서도 "미술관의 미술품 거래 가격은 작가, 화랑 등 미술계에서 지속적으로 공개에 반대해 해당 정보를 공개한 이력이 없다"면서 밝히기를 거부했다. 현행 제도상 작품 가격은 1점에 3000만원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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