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한 반발로 장외 투쟁을 벌였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늘(25일) 광화문 집회를 끝으로 민생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되는데요.
취재 기자와 함께 어떤 득실이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치부 권용범 기자 나와 있습니다.
【 질문 1 】
권 기자, 최근 발언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제(23일) 최전방 부대 GP 철수 현장에서 철수가 잘못됐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와 도마에 올랐는데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황 대표는 접경지인 강원 철원군에 있는 육군 3사단 내 최전방 감시초소, 즉 GP를 찾아 현장을 점검했었죠.
이 자리에서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GP가 없으니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GP 철수와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했는데요.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먼저 발언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그제)
- "정부가 안보 의식이 약해져서 우리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없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측면에서 남북군사합의도 조속히 폐기되고…."
남북이 GP를 11개씩 시범 철수한 건 지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였습니다.
남북군사합의 폐기 주장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하라고 부추기는 걸로 비칠 수 있는데, 대통령 권한 대행까지 지냈던 입장에서 발언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 2 】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꺼내고 있는데, 잇따라 강경 발언을 내놓는 속내가 뭘까요?
【 기자 】
네, 황 대표는 장외 투쟁 기간 내내 남북 군사합의 폐기를 거듭 주장해왔습니다.
지난 21일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 연설에서 나온 발언을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황교안 / 자유한국당 대표 (지난 21일)
- "말도 안 되는 남북군사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우리가 군사훈련을 하려고 그러면 북한에다가 신고를 해야 돼요. 알려줘야 돼요. 이거 반드시 폐기되어야 되지 않습니까 여러분."
사실 장외 투쟁 전까지 황 대표의 이미지는 점잖은 법조인 출신 공직자에 모호하고 답답한 '고구마 화법'을 쓰는 공직자였습니다.
그런데 장외 투쟁에서 정부·여당을 겨냥한 독설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예상보다 강한 투쟁력을 보여줬습니다.
실제로 나온 발언들을 살펴보면, "폭탄 정권", "독재자 후예에게 말 한마디 못하는 대변인", "최악의 경제를 만든 최악의 정권" 등 발언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왔는데요.
황 대표가 '야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을 장악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 3 】
일부 행보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가 불교 행사에서 불교 의식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반발을 산 적도 있죠?
【 기자 】
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황 대표는 지난 12일 경북 영천시의 은해사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가 합장을 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됐고, 불교계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조계종은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개인의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한 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지난 17일 한 간담회에서는 "동성애를 개인적·정치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해, 동성애 혐오 발언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황 대표는 국무총리 퇴임 직후인 지난 2017년 한 강연에서도 성 소수자를 부정적으로 낙인 찍는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대중 정치인으로서 포용력을 더 키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 질문 4 】
사실상의 대권 행보다, 이런 평가와 함께 당 대표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진 측면에선 꽤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 기자 】
네, 맞습니다.
황 대표는 부산을 시작으로영남과 충청, 호남, 강원, 수도권 등을 쉴 틈 없이 돌며 말 그대로 강행군을 이어갔습니다.
사실상의 대선 후보급 행보였는데요.
총 4,080km에 달하는 대장정에서 자영업자와 근로자, 청년, 주부, 군인 등 다양한 계층을 만나 밑바닥 민심을 훑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장외 투쟁의 성과를 두고 긍정적인 분위기입니다.
민생을 보듬으면서 탄핵 정국과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흩어졌던 보수 지지층을 다시 결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겁니다.
정부에 연이어 날을 세우며 지지층을 상대로 보수 선명성을 강화해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득이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질문 5 】
그렇다면, 장외 투쟁이 끝나고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 기자 】
일단,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강행군을 이어온 만큼 다음 주부터는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빡빡한 일정 탓에 그동안 미뤄왔던 당내 주요 현안들도 챙길 예정인데요.
당장 '5·18 망언'으로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받은 김순례·이종명 의원에 대한 지도부 차원의 결단부터 내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문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1년도 남지 않은 총선을 대비해 새로운 인재 영입과 당 조직을 정비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여야 간 협상과 앞으로의 정국에 따라 장외 투쟁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습니다.
【 앵커멘트 】
19일간 이어진 이번 장외 투쟁의 표어는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이었습니다.
지금 국민이 정말 바라는 건, 말뿐만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는 제대로 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민생 투쟁 밖에서 장시간 했으니 이제 국회로 돌아와 민생 챙기는 결단도 보여주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권용범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