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베테랑'에서 형사 서도철이 뇌까리는 유명한 대사다. 일본어로 얼굴에 해당하는 말이 '가오'인데 명예, 체면 등을 뜻하는 속어로 한국에서도 자주 쓰인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여러 출입처를 다녀본 경험으로 얘기하자면 대한민국 직업군중 가오가 가장 센 곳은 검찰이 아닌가 한다. 출입 경험은 없지만 외교부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성격은 조금 다른 것같다. 외교관들은 뭐랄까 '귀족적 엘리트'에 가깝다. 외무고시 시절엔 고등고시중 선발인원이 가장 소수였고 특정 학교 출신이 압도적이다. 예전에는 'KS(경기고-서울대)' 아니면 명함 내밀기 어려웠다. 또 외교관 자녀가 대를 이어 하는 경우도 많다. '있는 집안'에서 곱게 자라 외국물도 먹은 그런 이미지다.
검찰은 구성원 성분이 다양한 편이다. 물론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이지만 다른 대학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는 된다. 소위 '비주류' 대학을 나와 잘나간 검사들이 적지 않다. 부잣집 아들도 있지만 소 팔아 대학다닌 흙수저 검사가 더 많다. 재벌집 사위가 된 검사가 있는가하면 전세를 전전하는 검사도 있다. 일단 검사가 되면 배경보다는 실력이다. 기본적으로 수사를 잘해야 주요 부서에 배정받고 큰 사건을 다룰수 있다. 소위 검찰내 '라인'이라는 것은 일을 통해 만들어진다. 수사를 잘하는 검사는 그를 눈여겨봤던 상관이 핵심보직으로 갔을때 추천할 확률이 높아진다. 매우 평민적인, 그러나 실력 본위의 엘리티즘이다. 게다가 악을 상대하는 직업 특성상 터프하고 집단주의가 강하다. 상명하복이고 개인보다는 조직이 우선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국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예나 지금이나 (제가) 정무적 감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낸 특수통으로 수사를 잘한 검사였다. 고시합격이 늦어 동기들보다 10년 가까이 많은 나이가 그의 '비정무적' 성격의 요인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부분 직속상관이 그보다 나이가 어렸을 것이다. 그가 중수부시절 모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무려 7년 연하다. 어린 상사에게 굽실거리거나 애교를 부릴 기회가 그에겐 없었다. 그저 묵묵히 수사나 하는 수밖에. 그게 '비정무적' 윤석열을 만들었고 박근혜 정부시절 댓글조작 수사에서 현정부의 적폐수사, 지금의 조국수사로 달려온 바탕이 됐을 것이다. 비정무적 검사의 원칙은 걸리면 걸리는대로, 법대로 수사한다는 것이다. 네편 내편없이.
조국 수사이후 검찰은 '가오'가 아주 등등해진 인상을 준다. 원래 권력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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