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출신으로 지난 1일 숨진채 발견된 A검찰수사관의 휴대폰이 초미의 관심사다. 이 휴대폰을 서로 확보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이 대단히 이례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2016년~2018년사이 벌어졌던 울산 '고래고기 사건' 보다 판이 커진 '검찰·경찰 충돌 시즌2'다.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원'으로 활동한 A검찰수사관 사망에는 의문이 남는다. 올해 2월 검찰로 복귀한 그는 누구보다 검찰수사 과정을 잘 아는 인물이다.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질문을 받게될 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피의자도 아니고 참고인으로 조사를 앞둔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으니 뭔가 이상하다.
이런 의문을 풀어줄 열쇠는 A수사관의 휴대폰이다. 이 휴대폰을 검찰은 매우 이례적인 방법으로 압수해 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A수사관이 숨진 다음 날 서초경찰서를 1시간40분동안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A수사관 사망현장에서 확보한 휴대폰과 자필 메모 등을 압수해 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보통 변사사건의 경우 경찰이 먼저 수사를 하고나면 검찰은 그 결과를 보고 추가수사를 요청해 왔다.
이번에는 달랐다. 검찰은 경찰에 노골적으로 불신을 표시한다. 경찰도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반발한다. 검찰은 "경찰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건이니 우리가 직접 증거물을 봐야 겠다"는 식이고 경찰은 "사실상 증거물을 빼앗긴 것"이라는 분위기다. A수사관의 휴대폰을 되찾기 위해 이번에는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국가 권력기관끼리 이렇게 노골적으로 치고받아도 되는지 한숨이 터져 나온다.
울산에서 검찰과 경찰이 충돌할 때 목표물이 됐던 '죽은 고래고기'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나 A수사관 휴대폰은 완전히 다르다. 그 속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생각해 보라. 청와대 참모들의 꼼꼼한 메모와 녹음이 발견될 때마다 새로운 사건과 의혹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도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윤 총경을 압수수색하다가 우연히 단서를 포착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2일 MBN 판도라에서 자신이 획득한 첩보라며 소개한 내용이다. "윤 총경 압수수색 과정에서 청와대가 울산시장 수사에 연결돼 있는 단서를 검찰이 발견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울산지검이 수사하던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넘겨받게 된 것도 그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휴대폰은 민감하다. 권력 핵심부 인물들이 주고받은 문자·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을 수 있다. 휴대폰 내용을 하나하나 꺼내는 순간 제2, 제3의 '유재수 사건'이 드러날 수도 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휴대폰은 온갖 논란속에서도 압수수색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A수사관, 윤총경 등의 휴대폰이 하나하나 공개되면서 판도라 상자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 민감하면서도 폭발력이 큰 물증이다 보니 검찰과 경찰 모두 A수사관의 휴대폰을 주시하고 있다. 다행스러운건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면서 동시에 서로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찰이 2일 A수사관 휴대폰을 놓고 포렌식 작업을 진행할때 수사참여를 요청한 경찰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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