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현지시간 오늘(11일) 북한을 향해 '유연한 접근'을 언급하며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의 복귀를 주문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의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도발 가능성까지 경고하는 가운데, 미국은 유엔 무대까지 동원해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강온 총력전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 의장국인 미국이 북한 미사일과 추가 도발 가능성을 논의하자며 안보리 회의를 소집한 겁니다. 그동안 북미 협상 국면에서 미국은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자제해왔습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지난 1년 반 미국은 북한과 지속적인 협상을 이어왔다"면서 북한에 "어렵지만 대담한 결정"을 촉구했습니다.
또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거론한 뒤 "우리는 그 합의를 향해 구체적인 조치를 병행적이고 동시적으로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연한 접근법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에도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 싱가포르 합의사항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유연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기조를 밝혀 왔지만, 이날 발언은 최근 북미 교착 상황과 맞물려 주목됩니다.
북한이 제재 해제, 체제안전 보장 등 적대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며 미국의 선제적 조치를 촉구하는 가운데, 미국이 동시적·병행적 접근과 유연성을 다시 언급하며 북한 설득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입니다.
특히 북한은 최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발표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나 위성 발사에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관여 정책의 성과로 내세운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가 수포가 되는 것이어서 북미가 다시 대결과 갈등의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에 따라 크래프트 대사의 발언은 일단 협상 테이블이 다시 가동되면 북한의 요구를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안보리 유럽 이사국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주제로 한 회의를 열자는 요구를 미국이 수용하지 않은 대신 이날 회의로 돌린 것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인권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고,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4일 "심각한 도발"이라며 강력 대응 경고를 보낸 바 있습니다.
특히 이날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까지 유엔으로 출동했습니다.
비건 대표는 안보리 회의장까지 들어가진 않았지만 15개 안보리 이사국들과 오찬 회동을 하며 대북 공조 정지작업에 나서는 등 대화 동력을 얻기 위한 행보를 벌인 것으로 보입니다.
비건 대표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일본 교도통신은 판문점에서 북한 측과 접촉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일정 수위를 넘어서는 도발에
크래프트 대사는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이런 행동들은 미래를 위한 더 나은 길을 찾을 기회의 문을 닫아버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심각한 도발을 재개할 경우 안보리가 상응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