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여야 간 갈등, 뭐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그 최 정점을 달리는 것 같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정국 경색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엄성섭 기자
【 질문 】
정국 경색, 뭐 새로운 얘기도 아닙니다만 요즘 상황이 심각해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 답변 】
네, 정국 경색은 사실 항상 있는 일입니다.
여야 정치권 대치라는게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상황이 좀 심상치 않습니다.
여야 간 대치 국면을 넘어서 갈등의 최고를 달리고 있습니다.
계기는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입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이 정부와 여당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고, 그로인해 6월 임시국회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 질문 】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여야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인데, 민주당 등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 뭔가요?
【 답변 】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책임자 문책, 국정조사, 그리고 특검 실시 등 입니다.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등원할 수 없다는 얘기 입니다.
이에 반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이 대통령이 이미 유감 표명을 했고,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한 상황인데다 민주당이 노 전대통령 서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 질문 】
아무래도 여야 경색의 최정점은 어제 열렸던 6.10 범국민대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상황이 어땠습니까?
【 답변 】
6·10항쟁 범국민대회는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87년 6월 항쟁 이전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 4당이 단일 대오를 형성하는 이른바 야권 공조도 현실화됐습니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6.10 범국민대회 지도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근본적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민주회복 4대 요구안'을 내놨습니다.
이를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인 7월 10일까지 '민주회복을 위한 범국민 행동'에 나서 대국민 서명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때문에 이번 6·10항쟁 범국민대회를 계기로 민주당 등 야 4당은 국회에서, 시민사회단체는 장외에서 반 MB 투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
이틀간의 이른바 '광장 정치'를 마무리 한 민주당의 다음 수순은 뭐죠?
【 답변 】
비록 시한부이기는 했습니다만 장외투쟁을 통해 민주당 등 야권은 사실상 단일대오를 형성했습니다.
민주당은 특히 당국이 불허한 범국민대회를 열기 위해 철야농성은 물론 경찰과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반MB 전선을 주도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결집하고 있는 옛 지지층을 확고히 하겠다는 포석이 깔렸습니다.
그런데 일단 거리에 나섰지만 의회정치는 뒤로한 채 '조문 정국'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생길까 고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가 '시한부 장외투쟁'이라고 못박은 이유도 이런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예정대로 오는 14일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문화 행사에는 참석한다는 계획입니다.
한편으로는 6·10 항쟁 범국민대회가 끝난 만큼 금명간 6월 임시국회 개원을 위한 여야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국회 등원을 위해 내걸었던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조사 등 각종 요구에 대해 한나라당이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어 원내 사령탑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묵묵부답인 상황에서 마땅한 해법이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소속 의원들이 단식농성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등 강경한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등원을 한 뒤 국회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온건파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당분간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는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질문 】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강행함에 따라 여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죠?
【 답변 】
당연합니다.
한나라당은 어제 민주당 등 야 4당이 강행한 장외투쟁에 대해 집중 성토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박희태 대표는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야당이 벌인 정치 굿판은 별다른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끝이났다"고 원색적인 발언을 써가며 평가절하했습니다.
한나라당은 "국회를 팽개치고 길거리에서 가투형식의 정치를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입장입니다.
특히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국회 개회를 조건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내일부터는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서 민생정치를 시작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 질문 】
국회 개회를 위한 여야간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개회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보이는 군요?
【 답변 】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조문 정국을 어떻게 해서라도 이끌어 간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조문 정국을 빨리 끊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한나라당은 본회의는 열지 못하더라도 시급한 민생법안 등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상임위부터 열어 정상화 가닥을 잡자는 입장입니다.
한나라당이 어제(10일)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외통위를 열어 북핵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들은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한나라당은 오후 2시에 의원총회를 열어 상임위 운영 전략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 사죄 등 국회 개회 조건이 충족되기 전에는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특히 국회에 들어가더라도 국정조사와 특검, 그리고 대정부 질문을 통해 서거 정국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는 전략입니다.
여기에 야권 공조와 함께 시민사회단체 등과 원외 투쟁을 병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곳이 바로 자유선진당입니다.
원내 3당으로서 여당과 야당 양측으로 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선진당은 여당과 야당에 모두 쓴소리를 하며 아직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 질문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책임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6월 임시국회 개회가 늦어지면서 화급한 법안 처리도 표류하고 있죠?
【 답변 】
우선 비정규직법안의 경우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점이 다음달 1일로 다가왔지만 지금까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해보지 못했습니다.
일단 한나라당은 오늘 의총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규정한 현행 비정규직법 적용 시기 연장안에 대해 당론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도 여야가 잠정 합의해놓고도 국회가 열리지 못해 처리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법안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법 개정이 필요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도 처리가 시급하지만 소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야 모두 사실 중점처리 법안도 제시하고 있고, 처리가 시급
하지만 여야 합의로 6월 국회가 개회되더라도 당장 민생법안 처리가 우선순위로 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금산분리완화법이나 미디어관련법, 민주당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검경 개혁법안 등 민생과 관련없는 쟁점 법안이 여전히 산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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