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군 열악한 의료 때문 불치병 인정"

【 앵커멘트 】
요즘 훈련소에서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 훈련병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는데요.
군 복무 중 불치병에 걸린 전직 해병대원에 대해 "국가 유공자로 인정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됩니다.
정주영 기자입니다.


【 기자 】
20살이 되던 2005년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김 모 씨.

잔병치레조차 없을 정도로 건강했던 김 씨지만, 혹독한 추위 속 해안 경계근무만 서면 손이 파랗게 변하고 몸이 딱딱히 굳어졌습니다.

단순 동상일 것이란 기대는 잠시, 검사 결과 치료법조차 없는 '레이노 증후군'이었습니다.

그러나 해병대원인 김 씨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해병대 복무 중 불치병 진단
- "해병대이다 보니까 함부로 자신이 아프다고 불편하다고 해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나 상황도 아니었죠."

온몸에 마비 증상이 온 김 씨는 인천보훈지청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 씨는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모두 "김 씨를 국가 유공자로 인정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서울고법 행정1부는 "추위 속에서 오래 근무해 불치병에 걸렸거나, 적절한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해 증상이 악화됐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김태운 / 법무법인 행복 변호사
- "아프다고 하면 꾀병이다, 군 복무를 기피하려 한다면서 치료권을 정당하게 보장하지 않습니다. 군이 병사들의 인권에 대해서 가진 인식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준다고 할 것입니다."

군 전역 이후 4년 넘게 집에서만 생활 중인 김 씨, 그러나 인천보훈지청이 상고해 김 씨는 대법원의 판단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주영입니다. [ jaljalaram@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