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 혐의로 미국에서 수배 중이던 30대 남성이 신분을 세탁해 한국에서 생활하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강남에 영어 학원까지 차려 놓고 무려 14년 동안 한국에서 도피생활을 이어왔습니다.
이성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 강남의 한 영어전문학원.
규모는 크지 않지만, SAT 강의로 유명해 국제중학교 학생들도 많이 다니는 학원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학원 원장은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 중인 재미교포 33살 김 모 씨였습니다.
지난 1997년 멕시코계 갱단 조직원 2명을 총으로 쏴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의 수배를 받은 것입니다.
▶ 스탠딩 : 이성훈 / 기자
- "김 씨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주민등록을 한 뒤 이렇게 학원을 차려놓고 학생들을 가르쳐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범행 직후 한국으로 들어온 김 씨는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재미교포 이 모 씨의 이름을 도용해 주민등록을 했습니다.
김 씨는 국외이주 등의 사유로 다시 주민등록을 할 경우 통장이나 반장의 확인만 거치면 손쉽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 인터뷰 : 김건호 /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이 씨는 어린 시절 국외로 이민했기 때문에 지문을 등록하지 않았던 점을 피의자가 이용해 손쉽게 신분세탁을…"
이렇게 신분을 세탁한 김 씨는 여권을 발급받아 34차례나 해외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둔갑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 피의자
- "엄청 반성하고는 있고요. 너무 후회하고 있어요."
경찰은 김 씨를 국내에서 처벌한 뒤 미국으로 추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MBN 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