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전문점, 가맹점 늘려놓고 '나 몰라라'

【 앵커멘트 】
국내 최대의 커피 전문점이 상권을 무시한 채 우후죽순으로 가맹점을 늘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많게는 수십 억 원을 투자한 가맹점주들은 본사에서 인근에 또 다른 점포를 내지나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박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한 해 문을 연 커피 전문점만 5천여 개.

자고 나면 새로 생기는 커피점 때문에 커피 공화국 또는 카페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 스탠딩 : 박유영 / 기자
-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신촌에 나와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 12개의 커피전문점이 늘어서 있고, 심지어 한 대형 브랜드 커피점은 1㎞ 이내 무려 6개가 밀집돼 있습니다."

커피 전문점 인테리어를 꾸미는 데는 130제곱미터 기준으로 2억 원 정도가 듭니다.

가맹점주는 건물 보증금 등을 감안하면 적게는 5~6억원, 많게는 수십억을 투자하고도 언제 또 다른 커피 전문점이 들어설까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현장음))
기자: (B사가) 이 근처에 4군데 있더라고요. 이 정도에 들어오면 괜찮다는 건 (본부와) 얘기가 됐나요?
B사 가맹점주: 아니오. 괜찮다 하는 건 없었죠. 주변에 안 생기는 게 나은 데…

본사 측은 가맹점주와 사전에 상권을 협의했다고 했지만, 가맹점주는 속았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B사 / 전 가맹점주
- "처음에 계약할 땐 그건(상권 구분 지도) 그냥 있는 거지 별거 아니다라고 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땐 그걸 근거로 내밀어요."

MBN 취재진이 만난 본사 측 관계자는 "상권은 주관적인 부분인 만큼 보호하기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같은 커피 시장에서도 이 같은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 인터뷰 : E사 가맹점주
- "저한테 주어진 상권이 있고 그 안에는 다른 동일 점포가 못 들어온다는 건 계약서상 확실히 있어서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인터뷰 : T사 가맹점주
- "본사 규정이 있어서 300m 안에는 영업권이 보장되고…길 건너에 동일 브랜드가 들어오는 건 300m 내라면 힘듭니다."

상권 침해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감독 당국은 제과점과 치킨점에 이어 커피 전문점도 거리를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공정위 관계자
- "가맹점을 내면 본사 매출이 늘어나니 유동인구는 무시하고 많이 집어넣으려는 경향이 있죠. (거리 제한 규정이) 11월 내에는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작정 점포 수만 늘려 놓는 가맹본부의 이기심 때문에 출혈경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가 떠안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유영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