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간부의 승무원 폭행 사건으로 이른바 '감정노동자'의 고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상식을 벗어난 행동에는 아예 응대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회사도 생겨났다는데요.
씁쓸한 현실, 고정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영화 '해피 플라이트'.
스튜어디스인 주인공은 술 취한 승객의 토사물을 받아내야만 하고.
슬프지만, 사진을 찍자는 아이들 요청에 억지로 웃음 짓습니다.
마음을 숨긴 채 표정과 몸짓을 지어내는 감정노동자의 실상은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엄수연 / 00항공 객실승무팀 서비스담당 과장
- "내 명품가방에 주스가 튀었다, 그 가방 안의 태블릿 PC까지 보상을 해달라(는 요구도 많고)…승무원들 성격이 변하더라고요, 자신감도 없어지는 거 같고."
복잡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설명해야 하는 금융권 직원들의 어려움도 버금갑니다.
말을 안 할 때가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라는 게 솔직한 심정.
▶ 인터뷰 : 김효정 / 00은행 고객상담직원
- "한마디 할 말을 두세 마디 해야 하니 오히려 쉬는 시간에는 말 수가 줄어들어요."
식당 직원들의 감정은 상할 대로 상했습니다.
▶ 인터뷰 : 음식점 직원
- "손님들이 반말로 젓가락을 툭툭 치면서 이 음식 가져다 달라고 할 때 (불편하죠.) 인사 좀 받아주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대책은 없고, 시민의 각성과 기업 차원의 개선 노력만 바라는 상황.
고객 서비스 자체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 인터뷰 : 한인임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 "경쟁력 있는 서비스란 소비자가 원하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지, 웃음을 먼저 파는 건 아니거든요. "
범사회적으로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 정착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고정수입니다.
영상취재 : 김병문·이재기·백재민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