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형 화재로 개관에 차질을 빚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또 다른 암초를 만났습니다.
옛 담장 복원 문제를 놓고 마찰이 격화하면서 2천400억 규모 국책사업이 또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갈태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해 8월, 대형 화재가 발생한 국립현대미술관 공사현장.
29명 사상에다, 개관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음 달 초, 공사가 마무리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대부분 헐린 채 흔적만 남은, 조선시대 담장 복원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미술관 옆엔 최근 왕의 친족 사무를 맡던 '종친부'가 이전 복원됐습니다.
때문에 이 종친부를 둘러싸는 옛 궁궐 담장도 조선시대처럼 2.5m 이상 복원해야 한다는 심의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당장 주민들이 결사반대에 나섰습니다.
▶ 인터뷰 : 문장돌 / 서울 소격동
- "좁은 길에 담을 높이 쌓으면, 우리 답답해서 못 삽니다. 이때까지 기무사 있을 때는 진짜 일반인이 대항할 수 없으니까 참고 살았는데…."
미술관 측도 담장을 쌓을 경우 '열린 미술관'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문화재 단체는 반드시 원형대로 복원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인터뷰 : 김란기 / 문화유산연대 대표
- "인근 주민들이 좀 불편하더라도 문화재 복원 원칙이 있으니까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문화재 복원 원칙을 따르는 것이…."
▶ 스탠딩 : 갈태웅 / 기자
- "'원형 그대로'란 문화재 보존 원칙과 '불편하다'는 주민 요구 사이에서 국책 사업은 다시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MBN뉴스 갈태웅입니다." [ tukal@mk.co.kr ]
영상취재 : 김 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