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직장인 권 훈(30.가명)씨는 입사 면접 당시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취미는 절대 이야기 하지 않겠노라고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대학생 때부터 사진 촬영이 취미였던 권 씨는 면접 때도 사진 촬영이 취미이자 특기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렇게 최종 면접을 통과하고 첫 출근 날. 인사과 부장은 권 씨를 불러 솔깃한 제안을 했다. 500만원 예산으로 고급 카메라와 렌즈를 사줄 테니 회사 행사 있을 때 가끔 사진 좀 찍어주면 안되겠냐는 것이다. 물론 권씨는 그 떡밥을 덥석 물었다.
하지만 그 떡밥이 3년째 자신을 괴롭힐 줄 누가 알았겠는가.
권 씨는 본사 임직원 행사는 물론 대표이사 외부 계약체결 현장까지 출동해 사진을 찍고 있다. 주말 체육대회나 산행, 지방 공장 행사까지 모조리 불려 다니며 사실상 자원봉사에 가깝게 회사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힘들다고 하소연 해봐도 윗 상사의 말은 매번 똑 같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사용하라고 회사에서 카메라를 사준 것인데 자네는 이제 와서 왜 딴 소리하고 있나."
8년차 직장인 최민규(36.가명)씨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회식 자리에서 옛 이야기를 대화 소재로 꺼냈다가 업무 외 일 들에 시달리고 있다. 최 씨의 과거 직업은 논술 학원 강사.
한 임원이 '우리 아들 학교 과제인데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데 첨삭 좀 해줄 수 없겠느냐'는 반 강요적인 부탁을 들어준 이후 상사들의 부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유도 다양하다. 학교 입시에 앞서 연습 중인 논술 첨삭을 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글짓기 대회 입상을 하면 대학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며 일주일 정도 특강을 해달라는 한 임원의 부탁도 있었다.
보수라도 넉넉하면 좋으련만 글짓기 대회를 위해 특강을 부탁한 임원은 자녀가 입상하면 비싼 양복을 한 벌 해주겠다며 사실상 무보수 노동을 강요키도 했다.
이 같은 대우에 대해 직장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직장인 2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황별 나를 서럽게 하는 순간 BEST 5' 설문조사에 따르면 42.3%(복수응답)는 '잡다한 업무를 도맡아 할 때' 서럽다고 답했다.
또한 올해 1월 직장인 1982명을 대상으로 '사표를 내고 싶은 충동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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