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의 사상자를 낸 송파 버스 사고, 당시 기사는 동료의 부탁으로 18시간이나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습니다.
일부 버스 회사에선 일상적으로 하루 20시간 넘게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박광렬 기자입니다.
【 기자 】
사거리를 건너가려는 택시 앞을 신호를 무시한 버스가 쏜살같이 지나가고,
또 다른 버스는 정류장을 그대로 지나쳐 버립니다.
무리하게 정해진 운행 횟수 때문입니다.
일부 버스 회사들은 기사 한 명이 하루에 5~6차례 노선을 왕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국, 새벽과 야간에 무리하게 운행해야 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버스 기사
- "구간이 왕복 4시간 코스라 빠듯한 게 아니라 힘들죠. 여유가 많으면 신호 위반을 할 이유가 없겠죠."
하루 20시간 넘게 일하다 보니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끼니를 거르기가 일쑤입니다.
양치도구까지 버스에 둬야 할 정도입니다.
▶ 인터뷰 : 버스 기사
- "편하게 먹지는 못해요. 10분 만에 밥 먹는다고 하면 믿겠습니까?"
▶ 스탠딩 : 박광렬 / 기자
- "일부 외국의 경우 버스 운전시간 제한을 규정해 놓기도 하는데요.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오랜 시간 근무가 가능한 걸까요."
근로기준법에는 주당 연장근무 상한선이 규정돼 있지만, 운송업은 예외에 속해 얼마든지 연장근무가 가능합니다.
▶ 인터뷰 : 고용노동부 관계자
- "차량 고장 등 급박한 상황에서 연장근로 한도 내에서 대처가 곤란할 수 있고, 규칙적인 휴식시간이 운송업 특성상 곤란하기 때문에…."
빠듯한 월급도 기사들이 연장근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부족한 부분은 추가 근무 수당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버스 기사
- "실질적으로 (계약서보다) 나와 있는 시간이 더 많은데 피곤하죠. 조는 사람들도 있어요."
서울만 해도 시내버스 1대 당 운전기사는 2.2명 수준, 권고 기준을 밑돕니다.
심지어 경기도는 1대당 1.6명에 불과해 2교대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비정상적인 근무 시간을 바꾸지 않으면 제2, 제3의 송파 버스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박광렬입니다.
영상취재 : 김재헌, 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 원동주